‘노조 탈퇴=해고’ 공공부문 37% 단체협약 불법·무효 담겨

‘노조 탈퇴=해고’ 공공부문 37% 단체협약 불법·무효 담겨

기사승인 2023-05-17 18:18:00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 부분 단체협약 실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공부문 기관 10곳 가운데 4곳의 단체협약이 관계 법령을 위반하거나 무효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3월부터 공공부문 479개 기관(공무원 165개·교원 42개·공공기관 272개)의 단체협약을 확인한 결과 179개 기관(37.4%)의 단체협약에서 관계 법령을 위반한 내용이 확인됐다고 17일 밝혔다. 상급 단체별 불법·무효 비율을 살펴보면 민주노총 51.8%(199개 중 103개), 미가맹 등 기타 35.0%(157개 중 55개), 한국노총 17.1%(123개 중 21개)다.

특히 민주노총 공무원 관련 노조의 경우 사측과 맺은 단체협약에 불법·무효 요소가 포함된 비율이 96.3%(82개 중 79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협약은 사용자와 노동조합 사이에 체결하는 자치적인 노동 법규다.

한 공공기관 단체협약은 노조 가입 대상인 직원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거나 노조를 탈퇴할 경우 해고하도록 규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저임금을 총액 기준으로 월 80만원으로 규정해 법정 최저임금에 못 미치게 지급하게 돼 있거나, 조합원이 1년 이상 근속해야만 육아휴직을 허용하도록 한 공공기관 단체협약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공무원 단체협약에는 법령 위임을 받아 규정한 지침·명령보다 단체협약의 효력을 우선 인정하게 돼 있다. 단체협약 내용에 맞춰 조례·규칙을 제정·개정하도록 한 공무원 단체협약도 있다.

구조 조정·조직 개편 등을 이유로 정원 축소를 금지하거나 노조 추천 위원 30% 이상을 승진심사위원회에 참가하도록 한 단체협약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월에는 송파구청과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송파구지부가 체결한 단체협약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발생했다. 공무원노조법은 조합원의 단체행동, 정치활동을 엄격히 금지하는데도 송파구청의 2021년도 단체협약에는 ‘단체행동권을 포함한 노동3권 및 정치기본권 보장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전공노는 올해 연초 상급 단체 탈퇴 방해 행위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원주시청 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 1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직 형태를 변경해 전공노 원주시지부에서 독자 노조로 전환한 이후 전공노로부터 각종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135개 기관(28.2%)의 단체협약에는 불법·무효까지는 아니지만 노조나 조합원에 대한 불공정한 특혜, 인사·경영권에 대한 노조의 침해 등 불합리하다고 여겨지는 내용이 담긴 사실이 적발됐다.

노조 활동에 방해가 될 우려가 있는 경우 채용을 금지하거나 학부모를 대상으로 노조 홍보활동을 보장하도록 한 교원 단체협약이 여기에 해당한다. 노동부는 이번에 48개 공무원·교원 노동조합 규약 중 6개 규약에서 노동조합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조합 탈퇴를 선동·주도하는 조합원은 위원장이 직권으로 권한을 정지하거나, 노조 임원은 직접·비밀·무기명 투표에 의해 선출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위원장이 사무총장을 지명하도록 한 규약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노동 개혁이 성공하려면 공공 부문이 모범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공공 부문에는 국민 세금이 지원되는 만큼 높은 수준의 책임성·도덕성·민주성이 요구된다”며 “공공 부문 노사관계에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불법인 단체협약과 노조 규약에 대해서는 노동위원회 의결을 얻어 시정 명령하고, 이에 불응하면 형사 처벌할 계획”이라며 “불합리하거나 무효인 단체협약에 대해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개선하도록 권고·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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