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중동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중동 국가들은 의약품 심사과정이 우리나라보다 더 까다롭고 국영기업 위주의 산업구조 때문에 진입이 쉽지 않지만, 기업들은 꼭 잡아야 할 시장이라고 말한다. 업계는 중동시장 판로 확장을 통해 지리적으로 인접한 아프리카 지역까지 발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지난 2020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와 의약품 공급 계약을 논의해 총 9품목에 대한 456만불(한화 약 6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는 등 중동시장 판로 확장을 꾀하고 있다. 지난 2월엔 세종 2공장에 위치한 항암제 전용 공장이 사우디아라비아 규제당국으로부터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 기준(GMP) 승인을 획득하면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현재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사우디아라비아 외에도 알제리, 나이지리아, 케냐, 탄자니아, 아랍에미레이트 등 중동 15개 국가에 의약품을 수출하고 있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 관계자는 지난 17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중동은 약 6억명에 가까운 인구를 가진 시장으로 국가별 다양한 구매력을 보이고 있다”며 “개별 구매 시장보다는 정부에 의한 연 단위 일괄 경쟁 국제입찰을 통한 의약품 구매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에 다품목 대량 구매의 형태를 보이고 있으며 바로 이 점이 중동 시장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약품 인증심사 과정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까다롭고 인도산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점 때문에 판로 확대가 쉽지만은 않다. 이 관계자는 “중동 국가들은 다양한 형태의 인증을 상당히 중요시해 서류 작성에도 아시아나 중남미보다 시간이 더 걸리며, 시리아 같이 미수교 국가의 경우 제3국에서 진증을 받아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라마단 기간(이드 할리데이)엔 관공서와 거래처들 업무가 상당히 지연되고 의사결정이 미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중동 국가는 지리적으로 인도와 가까운 관계로 타 지역보다 인도산 경쟁 제품이 많이 진출해 있어 가격과 납기 경쟁력에 뒤처지는 애로사항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동 국가는 시장 규모가 워낙 크고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만큼 ‘기회가 있을 때 잡아야 하는 곳’으로 불린다. 이 관계자는 “중동과 지리적으로 가장 인접한 북아프리카 지역으로의 시장 확대가 가장 큰 목표”라며 “튀니지, 리비아, 모로코, 에티오피아, 수단 등은 아직 미개척 국가라 시장 확대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짚었다.
신라젠 모회사인 엠투엔의 경우 지난 11일 중동 지역 굴지의 대기업인 알 구레아 그룹,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두바이와 3자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주주 계약 조인식을 체결하며 한국 바이오테크 기업의 중동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번 조인식은 아랍에미레이트와 한국 정부가 진행하는 국가 간 협력사업인 ‘UAE 유니콘 육성 국책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진행됐던 4자 업무협약 체결의 후속 조치였다.
엠투엔은 중동 국가가 고령인구 증가로 만성질환자가 늘어 의약품 수요가 많아진 점에 주목했다. 엠투엔 관계자는 “중동 국가들은 소득 수준 대비 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의약품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높은 시장”이라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보유한 의약품을 중동에 판매하거나 기술 이전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해외 시장 공략뿐만 아니라, 중동 국가들의 의료 인프라 구축을 위한 지원 사업이 활발히 진행돼 중동 국가의 의료기관들과 연계한다면 임상시험 등 연구개발 활동에도 많은 지각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