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구의역 김군 사망 사건’ 7주기를 맞은 22일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등 시민사회단체가 “제2의 김군이 없는 세상을 위해 PSO(공익서비스에 따른 손실 보전 지원) 및 현장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궤도협의회 등 단체는 이날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개찰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9일까지를 추모주간으로 정하고 공동행동을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임선재 서울교통공사노조 PSD지회 지회장은 “지난 7년간 직원의 안전이 우선인 문화가 만들어진 반면, 사고 이전처럼 노동자의 안전이 위협되던 그때로 돌아가려는 것들도 있다”고 말했다. 임 지회장은 “서울시와 교통공사가 적자 및 경영 효율화를 빙자한 자구책으로 안전 인력 감축 카드를 꺼내는데, 이는 7년 전으로 돌아가려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안전 인력은 서울교통공사의 적자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임 지회장은 “서울교통공사는 코로나 기간에 승객 탑승률이 줄어든 데다 노인 무임승차 등 시민을 위한 서비스로 적자가 심화하자 지난해 11월 임금·단체협약(임단협) 때 적자 자구책으로 일부 인력을 외주화로 맡기는 방안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어 “승객 서비스 업무와 기술 업무를 통합하는 등 현장(안전) 인력을 포함해 약 1500명을 감축하는 내용을 발표했지만 이행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1500여명을 감축한다고 해서 서울교통공사의 적자가 해소될 가능성 낮다는 것이다. 임 지회장은 “재무재표를 봐도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렇게 크지 않다”며 “현재 적자가 최대 2조원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1500명을 감축한다고 가정하면 1000억원이 절감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인원 감축 후 추후 부족한 현장 인력을 다시 외주화로 확대해 비용을 절감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날 시민단체는 ‘PSO법’ 통과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임승차에 따른 적자가 지하철 요금 인상의 배경이므로 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PSO란 공익서비스에 따른 손실 보전을 지원하는 제도로 철도 요금 할인으로 발생한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내용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가 도와주지 않으면 요금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무임승차 정책을 책임져야 할 당사자는 중앙정부”라고 비판했다.
임 지회장은 “PSO가 검토되지 않으면 내부 인력을 감축하는 방안이 다른 이름으로 제시되고, 안전 인력이 감축되면 7년 전 구의역 사고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5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지하철 심야 연장 운행을 2년 만에 재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운행 시간 연장 및 증편 운행에 합의했다. 합의 과정에서 노조가 인력 부족 문제 등을 이유로 반발하면서 한 때 심야 운행에 차질이 빚어지는 듯했지만, 승무원을 추가 채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승무원 추가 채용을 이행하지 않았다.
임 지회장은 “합의를 이행하지 않아 농성에 들어간 이후 지난 4월 말 서울교통공사와 재합의해 승무원 100명을 포함해 132명을 증원하고, 이 인원 및 결원인원 포함해 상반기 채용을 300여명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