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백악관과 여야 지도부의 부채한도 협상 지연으로 미 재무부가 밝힌 채무불이행(디폴트) 시한인 6월1일이 가까워지면서 증시를 압박했다.
2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55.59p(0.77%) 내린 3만2799.92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30.34p(0.73%) 하락한 4115.24, 나스닥지수는 76.08p(0.61%) 떨어진 1만2484.16으로 장을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부채한도 협상과 이날 공개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을 주목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디폴트 시한으로 예고한 X-데이트(6월1일)까지 8일을 남겨둔 가운데 백악관과 의회는 부채상향 협상을 이어갔으나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지출 삭감이 없는 한 협상 진전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전히 (타결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민주당이 테이블에 너무 늦게 나온 탓”이라고 했다. 다만 “지난해보다 정부 지출을 더 줄여야 한다”며 “25일쯤엔 진전이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이르면 6월 초 디폴트가 닥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포럼에 참석해 “6월 초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게 거의 확실”이라며 “미 역사상 초유의 디폴트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의 스트레스 지표가 악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오후 공개된 5월 FOMC 의사록은 연준 인사들이 6월 FOMC에서 추가 인상과 동결을 의고 의결 분열을 보였다. 지난 5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0%~5.25%로 0.25%p 인상하는 것에 대한 결정은 만장일치였지만 추가 긴축이 가능하다는 신호도 남겼다. 특히 의사록은 연준의 목표(2%)보다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높다는데 공감했다. CNBC는 “의원 여럿은 경제 둔화를 이유로 5월 회의 이후 추가 긴축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았다”며 “일부 위원은 더딘 인플레이션 감소로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6월 금리 동결 관측이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6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65.2% 반영하고 있다. 베이비스텝(0.25%p 금리 인상) 가능성은 34.8%다.
종목별로 보면 S&P500지수 내 에너지 관련주를 제외하고 모두 하락했다. 의류업체 아베크롬비앤피치는 이날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공개하며 주가가 31.07% 급등했다. 콜스 주가 역시 호실적에 힘입어 7.52% 올랐다.
씨티그룹 주가는 70억달러 규모의 멕시코 소비자 사업부 바나멕스 매각을 폐기하는 대신 상장한다는 소식에 3.09% 내렸다.
장 마감 직후 실적 발표를 한 엔비디아 주가는 정규장에서 0.49% 내렸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시장 기대를 훌쩍 넘는 실적을 발표하며 시간외거래에서 22.90% 오른 채 거래되고 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부채한도 협상이 투심을 결정할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봤다. 50파크인베스트먼트의 아담 사라한 CEO는 “디폴트 시한인 6월 1일이 다가오면서 시장이 풀백(방어) 모드에 머물고 있다”며 “두려움이 엄습할 때 투자자들은 먼저 매도하고 질문은 그 다음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에드워드 존스의 안젤로 쿠르카파스 수석투자전략가는 “전날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은 부채한도 협성이 타결될 것으로 낙관했지만, X-데이트(6월1일)가 가까워지면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