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답지 않은 AI 프로필 사진? 오렌지주스 함량도 3%잖아요”

“나 답지 않은 AI 프로필 사진? 오렌지주스 함량도 3%잖아요”

기사승인 2023-06-09 06:00:24
AI 프로필 기능을 이용해 제작한 사진들.   사진=조유정 기자


청년들의 SNS가 AI 프로필 사진으로 물들었다. 한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AI 프로필 서비스를 시작한 지난 주말 이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이용 후기가 쏟아지고 있다. 7일 인스타그램에 ‘AI 프로필’을 검색하니 5000개 이상의 게시글이 나왔다. 한 커뮤니티에는 최근 4일 동안 AI 프로필 관련 게시글이 약 60건 작성됐다. 자신의 사진으로 만든 AI 프로필 사진 후기를 올리기도 하고, 남자 아이돌 멤버 사진을 여자 버전으로 만들어 공유하기도 한다. 현재 이용자가 급격히 늘어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다.

‘AI 프로필 사진’은 자신의 모습을 담은 사진 10~20장을 애플리케이션에 등록하면,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처럼 합성해 주는 유료 서비스다. 금액에 따라 사진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다르다. 1만2000원 정도를 내면 1시간 안에 사진을 받을 수 있지만, 6000원 정도를 지불하면 24시간이 걸린다. 오는 10일까지 이벤트 기간이라 절반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어 이용자가 더 몰리는 분위기다.

진짜인 듯 가짜인 듯, 갈리는 호불호

AI 프로필 사진의 가장 큰 특징은 ‘나답지 않음’이다. 30장을 받으면 그나마 자신과 비슷한 모습의 사진은 5~6장 정도다. 자신과 다른 사진을 낯설게 느끼는 청년들이 많다. AI 프로필 사진을 체험한 권모(28‧여‧취업준비생)씨는 “기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선택하면 조금 더 현실에 가깝게 나온다고 해서 해봤지만, 결과는 내 모습이 아니었다”며 “증명사진으로 활용하지 못할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A씨(26‧여‧취업준비생)씨는 “오렌지 주스에도 오렌지 함량이 3% 들어간다”라며 “AI 프로필 사진에도 내 모습은 3%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7일 AI 프로필 이용자가 급증해 서비스가 일시 중단됐다.

어떤 사진이 나올지 궁금한 청년들의 관심에 서비스가 중단될 정도로 인기다. 김모(24‧여‧대학생)씨는 AI 프로필 사진을 만들기 위해 3일째 기다리고 있다. 김씨는 “요즘 SM엔터테인먼트에서 AI 캐릭터를 내세우는 걸 보고, AI가 만든 내 모습은 어떨지 궁금했다”며 “카메라 앱에서 사진을 선택하면 결과가 나오니 편하고 재미있다”고 설명했다. 이모(29‧여‧직장인)씨는 799명의 대기를 기다린 끝에 AI 프로필 사진을 받았다. 이씨는 “건진 사진은 3장 정도”며 “헤어스타일이 다양하게 나온다. 어떤 스타일이 괜찮은지 참고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자신과 다른 모습을 만들어내는 서비스에 거부감을 청년들도 있다. 조유경(24‧여‧직장인)씨는 “SNS에서 AI 프로필 사진을 많이 봤다”며 “실제 모습과 너무 다른 느낌이라 이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모(29‧여‧직장인)씨도 마찬가지다. 박씨는 “아무래도 AI 사진이다 보니까 조금 부자연스러운 것 같다”며 “조금 더 현실에 맞는 사진을 만들어준다면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6600원으로 산 행복


청년들이 AI 프로필 사진을 즐기는 데엔 유행과 유희 요소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AI 프로필 사진을 이용하는 2030세대들은 적당한 가격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유료 서비스지만 기능적인 면으로 이용하는 건 아니다. 유행을 따르고 자신의 SNS에 사진을 게시하면서 재미를 느끼는 게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SNS에 올린 사진과 해시태그에 ‘2200원의 행복’ ‘6600원의 행복’ ‘6600원의 소비’라고 쓰더라”라며 “AI 프로필 사진이 그 돈을 지불할 만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용자 급증으로 서비스가 중단된 것도 AI 프로필 사진 인기가 높아진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연구위원은 “주말 사이 서비스가 중단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며 “쉽게 할 수 없는 상황이 한정판 같은 느낌을 줘 청년들에게 더욱 자극을 준 것 같다”고 진단했다. 또 “AI 프로필 사진이 본인과 다른 것을 잘 알지만, 사진 자체가 주는 느낌으로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확 끌 수 있어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조유정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