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서울의 한 수산물 시장에서 만난 상인 김모씨는 일본 오염수와 관련한 질문을 듣자마자 한숨을 쉬며 이렇게 답변했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시점이 다가오면서 소비자들을 비롯해 상인들의 수산물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지난 2021년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이후 현재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단이 현장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들은 조만간 최종 보고서가 공개할 예정이다. 보고서 내용에 따라 이르면 7~8월에 오염수 방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방류가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시민들의 수산물 소비에 대한 불안은 커지고 있다. 서울의 대형마트와 시장에서는 평소보다 꼼꼼히 원산지를 확인하는 소비자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일본산 수산물의 경우 구입은 꺼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 지난 2021년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이후 소비자시민모임이 실시한 수산물 안전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91.2%가 방류가 이뤄진다면 수산물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서울 마포구의 대형마트에서 만난 소비자 안모씨(34)는 “평소라면 가격과 소비기한 정도만을 확인하고 구매했는데 최근에는 원산지 확인을 한 번 하는 습관이 생겼다”면서 “오염수 방류가 수입 수산물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말도 있던데 그래도 사람 마음이란 게 굳이 먹지 않을 수 있다면 안먹는 쪽으로 기울지 않나”라고 말했다.
전통시장에서 만난 김모씨(27)는 “동해에만 영향을 미치는 줄 알았는데 중국을 거쳐서 사실상 대한민국 삼면에 영향을 미치더라”면서 “잠시가 아니라 제법 긴 시간동안 수산물 소비가 꺼려질 것 같다”고 말했다.
상인들도 여름이 상대적으로 비수기이긴 하지만 오염수 방류 여파로 매출이 줄어들었다는 반응이었다. 특히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부산이다. 횟집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어떤 상인은 불안을 조장한다고 하는데 상인인 나부터 걱정이 되는데 소비자들은 오죽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가게 앞에서 망설이는 손님들 얘기를 조용히 들어보면 후쿠시마 오염수 얘기가 많이 들린다”며 “오염수가 수산물에 영향을 주고 말고를 떠나서 소비 심리가 위축되어가고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 그걸 체감하고 있다는 게 무섭다”고 말했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수산물 사재기 움직임도 나타나면서 소금 가격도 폭등하고 있다. 소금이 일상 생활에서 필수적인 만큼 오염수가 방류되기 전 구매하겠다는 소비심리다. 전국 천임염 생산량의 85%를 차지하는 신안군에서는 최근 천일염 주문이 폭주해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실제 신안군수협직매장은 지난 8일부터 '신안천일염 2021년산 20kg' 가격을 2만5000원에서 3만원으로 20% 인상했다. 소금뿐 아니라 멸치나 액젓, 김, 미역, 다시마 등 바다에서 나는 건어물이나 해조류 역시 사재기 대상이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는 소금 가격 폭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점주들이 많다. 소금을 많이 사용하는 식당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소금값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간다"며 "거래 업체 통해 주문은 걸어놨는데 제대로 받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상인들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상관이 있다고 하는데 정부는 계속 영향이 없다고만 하니 뭐가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대형마트에서도 이같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적 거부감이 확산하면 생선, 조개 등 어패류는 물론 관련 상품군의 매출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까지 매출 등과 관련해 직접적인 영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홈플러스와 같은 대형마트는 물론 백화점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가 난 2011년부터 일본산 수산물을 전혀 취급하지 않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번 오염수 방류는 사고로 인한 직접적인 오염물 이슈가 아닌 오염수에 대한 처리 후 방류로 2011년 당시보다는 임팩트가 적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대체 산지 수산물 소비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다양한 산지와 원물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정부 조치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함으로써 신속 대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