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난무한 교원평가… “보완해 교원 보호” vs “폐지가 답”

성희롱 난무한 교원평가… “보완해 교원 보호” vs “폐지가 답”

교육부, 서술식 평가 유지하되 보완 계획
특수 기호 포함 금칙어 제재·교권 침해 수사 의뢰 등 대응
교원단체들 한계 지적

기사승인 2023-06-13 08:20:21
서울의 한 초등학교의 교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교원에 대한 성희롱 도구로 악용된다는 논란이 일었던 교원능력개발평가(이하 교원평가)에 대해 교육부가 필터링 강화 등 대책을 내놨다. 지난해 서술형 평가과정에서 교사에 대한 성희롱 사실이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교원단체들은 필터링 강화 등 시스템 보완만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서술형 문항 폐지를 요구한다.

교육부는 오는 9~11월 학교별로 실시되는 ‘2023년 교원능력개발평가 시행방안’을 발표했다. 교원평가는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 학생과 초등학교 1학년~고등학교 3학년 학부모가 참여해 익명으로 진행되며, 5점 체크리스트 문항과 자유서술식 문항으로 나뉜다.

최근 교원평가는 교사 성희롱 파문으로 존폐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세종시의 한 고교생이 서술형 문항에 ‘엉덩이나 보여주고 수업해라’ 등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글을 올려 파문이 일었다. 해당 학생은 이후 퇴학 처분을 받았지만, 교원단체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교원평가 폐지 목소리에 더 힘을 실었다. 그러나 교육부는 학생과 학부모 여론을 고려해 교원평가를 존치하되 시행방안을 보완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부 평가자의 부적절한 답변은 교원평가 자체의 문제가 아니므로 폐지와 연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학생·학부모의 교육평가 존치 여론 등을 고려할 때 교원평가 폐지보다는 제도를 개선해 유지하기로 했다”고 했다.

먼저 교육부는 서술형 문항 앞에 “부적절한 답변을 제출할 경우 관련 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고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따른 조치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경고문구를 게시한다.

또한 서술형 문항에 사용할 수 없는 금칙어 목록을 현실에 맞게 늘리고 특수기호를 섞어 금칙어를 써도 걸러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한다. 지난해까지는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금칙어 876개만 걸러낼 수 있었다. 욕설, 모욕 등 부적절한 문구를 필터링하는 기능은 기존에도 있었지만, 지난해 논란이 된 세종시의 고교생은 특수 기호 등을 섞어 필터링을 피했다.

교육부 제공

아울러 교육청에 안내한 시행방안에서 부적절한 답변을 교원지위법에 따른 교육활동 침해 행위로 규정하고, 학교와 교육지원청이 수사를 의뢰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가해 학생에 대한 교권보호위원회 조치와 피해교원 심리상담 지원, 특별휴가 등도 대책으로 포함했다. 교육부는 이번 개선 방안 마련에 이어 내년 전면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교원단체는 교원평가의 보완만으론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논평을 통해 “교사 성희롱과 인격 모독의 합법적 공간으로 전락한 교원평가는 ‘보완’이 아닌 ‘폐지’가 답”이라며 “교육부는 ‘특수기호가 혼합된 금칙어도 필터링되도록 시스템 개선 완료’됐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는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역시 “수업과 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판별하기 어려운 학생·학부모에게 만족도를 조사하는 것이 교원 능력개발을 위한 평가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교사의 적극적인 교육활동이 민원이 되는 교육 현실에서 이러한 조사는 교사의 직무를 무조건 학생과 학부모를 만족시키라는 분위기를 조장해 교권 추락을 부추긴다”고 말했다.

교사노조는 “이미 피해를 본 교원이 발생한 후를 대비한 조치가 교육활동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묻고 싶다”며 “학생들을 수사기관에 의뢰하겠다는 방안까지 마련하면서 굳이 강행해야 하는 가치가 있는지 의문. 매번 ‘소 잃고 외양간 고칠’ 계획만 제시하는 교육부 방안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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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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