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 갈등’ 쿠팡 vs 제일제당...기싸움 장기화

‘납품단가 갈등’ 쿠팡 vs 제일제당...기싸움 장기화

쿠팡 "중소기업 기회 얻었다"
CJ제일제당 "신세계그룹 등과 손잡아"

기사승인 2023-06-14 17:22:01
사진=안세진 기자

납품단가를 둘러싼 쿠팡과 CJ제일제당의 ‘기 싸움’이 점차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유통·제조사가 납품단가를 협의할 때 통상 발생하는 문제지만 이번 사안은 점차 장기화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신세계 등과 새로운 파트너십을 통해 쿠팡을 대체할 만한 유통 채널을 확보하고 있다. 쿠팡은 햇반 등 CJ제일제당 상품 없이도 중소·중견기업 상품으로 대체할 수 있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11일 “독과점 식품기업 제품이 쿠팡에서 사라지면서 중소·중견기업 제품 판매량이 급증했다”는 내용이 담긴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1~5월 쿠팡 내 식품 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중소·중견기업 즉석밥 제품이 최고 50배, 중소기업 제품은 최고 100배 이상 성장했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말하는 독과점 식품기업 제품이 CJ제일제당의 ‘햇반’이라는 점이다. CJ제일제당은 쿠팡과 납품가를 두고 갈등이 벌이다 지난해 말부터 쿠팡에 햇반 공급을 중단했다. 현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국내 즉석밥 시장점유율은 CJ제일제당의 햇반이 절반이 넘는 66.9%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오뚜기 오뚜기밥이 30.7%를, △동원F&B 쎈쿡 △하림 더미식 등이 나머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쿠팡이 이같이 나온 배경엔 제일제당의 주도 하에 이뤄지는 반쿠팡연대 행보가 큰 영향을 끼쳤다. 지난 8일 쿠팡이 보도자료를 내기 사흘 전 제일제당은 전통 유통 공룡인 신세계 유통 3사(이마트, SSG닷컴, G마켓)와 손을 잡고 공동 상품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은 연말까지 만두·국물요리·밀키트 등 가정간편식과 비건 제품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신세계 3사와 협업 로고를 만든 데 이어, 이달 8일과 9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신세계유니버스 페스티벌에 참여해 테마관을 열기도 했다.

또 제일제당은 네이버가 지난해 12월 선보인 지정일 배송 서비스 ‘도착보장’에 입점하고 기획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를 대체하기 위함이다. 도착보장은 네이버가 소비자에게 정확한 도착일을 제시하고 정해진 기간 내 도착하지 못하면 소비자에게 네이버페이 포인트 1000원을 보상하는 서비스다. 기획전은 올해 3월 마무리됐다.

이외에도 CJ제일제당은 이달 12일부터 16일까지 티몬 신사동 가로수길 본사에서 티몬XCJ푸드마켓 팝업스토어를 열고, 온오프라인 연계 행사도 진행한다. 앞서 회사는 올해 초 연내 컬리와도 업무협약을 맺고 가공식품, 가정간편식 등 ‘컬리온리’ 단독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쿠팡은 CJ제일제당의 반쿠팡연대 움직임에 공식적 대응을 하지 않았다”며 “‘원만하게 협상을 진행 중이며 곧 협상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게 쿠팡의 입장이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서로 간에 기 싸움이 시작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가격 결정권을 둘러싼 헤게모니 쟁탈전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같은 전례는 또 있었다. 지난 2019년 LG생활건강도 생활용품 등 제품 판매를 두고 쿠팡과 대립했다. 당시 LG생건은 대규모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쿠팡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고 쿠팡에서 철수했다. 쿠팡을 떠난 LG생건은 G마켓 등 이커머스 플랫폼과 손잡고 새로운 활로를 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햇반 매출에서 쿠팡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어느 순간부터 커진 상황에서 납품가 갈등이 벌어졌다”며 “제일제당 입장에선 이렇게 가다간 갑을 관계가 고착화될 수 있는 불안에 강수를 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업체들 입장에서는 CJ제일제당 측을 옹호하는 곳들이 많다”며 “업체들끼리 최저가 경쟁을 붙여 가격 경쟁력을 없애고 책임이 누구에게 있든 무조건적인 환불 정책에 따라 ‘을’의 입장에서 서게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CJ제일제당을 필두로 한 반쿠팡연대 확산이 쿠팡에 위협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본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동 상품 개발 등 협업을 진행하더라도 쿠팡을 대체할 만한 큰 경쟁력이 없다면 이미 소비자들에게 일상이 된 쿠팡에 큰 영향을 끼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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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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