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레놀, ‘아픈 마음’에도 효과?… “잦은 복용 시 부작용 위험”

타이레놀, ‘아픈 마음’에도 효과?… “잦은 복용 시 부작용 위험”

전문가들 “타이레놀 우울감 해소 근거 없어”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간독성·약물중독 위험

기사승인 2023-06-17 06:00:06
한 편의점 매대에 타이레놀이 진열돼 있다.   사진=박선혜 기자

#강모(29·여)씨는 우울할 때 해열진통제인 ‘타이레놀’을 복용한다. 진통제가 심리적 상처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본 뒤부터 가벼운 우울감을 느낄 때마다 찾는다. “실제 효과가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고 강모씨는 말했다.

우울감을 느낄 때 타이레놀을 복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실제 16일 트위터 등 SNS에는 “우울할 때 가끔 타이레놀을 먹는데 효과가 좋다” “우울도 고통이라 타이레놀을 먹으면 괜찮아진다고 해서 집에 가면서 먹으려 한다” “정신과 약이 떨어졌을 때 대체품으로 편의점에서 타이레놀을 사먹는다”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타이레놀이 우울감 해소에 효과가 있다는 근거가 없다며, 자주 복용할 경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백명재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우울증 치료에 타이레놀을 쓰는 경우는 없다”며 “한두 개의 연구 결과로 우울증에 효과가 있다는 식으로 일반화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이 일상적으로 권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홍나래 다온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전문의도 “발표된 연구 결과는 염증을 줄이는 것이 심리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인 것이지, 우울감을 해소하기 위해 타이레놀을 먹으라는 내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약사들은 타이레놀의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 복용 시 간독성 위험이 있으며, 약물중독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근우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약준모) 부회장은 “우울증 완화를 위해 타이레놀을 먹는다면, 효과를 보려고 자각 없이 과량 복용할 수 있다”면서 “간 기능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키다 어느 순간 급성간염을 일으킬 수 있어 위험하다”고 말했다.

황은경 약준모 부회장도 “타이레놀을 자주 복용할 경우 중독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며 “실제로 아세트아미노펜 중독으로 응급실을 내원하는 아이들도 많아 복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가벼운 우울감을 느낄 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백 교수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큰 심한 우울증이라면 병원에 내원해 상담을 받아야 하지만, 가벼운 우울감을 느끼는 것 자체는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우울감을 느끼는 건 스스로를 더 이상 다그치지 말고 멈춰야한다는 ‘알람 신호’가 되기도 한다. 삶의 패턴이 바뀔 필요가 있는지, 내가 어떤 걸 바꿔야 하는지, 일을 줄여야 하는지 등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울감 자체를 없애려고 노력하기 보단 변화가 요구되는 때라고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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