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서구 사월은 인천지하철 2호선 완정 역에서 버스를 타고 5개 정류장을 가면 나오는 작은 마을이다. 마을이 왜 ‘사월’인지는 불분명하다. 경치가 좋아 나그네가 사흘을 머물러서 ‘사월’이라고 하는데, 지금과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다. 사월은 2019년 환경부 건강영향평가조사에서 주거지 71%가 ‘주거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주변 공장에서 나오는 비산먼지와 쇳가루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마을을 떠나지 않는다. 그들이 건강을 위협하면서까지 이곳에 머무는 이유는 다름 아닌 재개발이다.
집보다 공장이 많은 동네
사월은 수도권매립지 설립 전후로 나뉜다. 원래는 한적한 동네였다. 포화지경에 이른 서울 마포 난지도 매립장 대체지로 인천 서구가 낙점됐고, 지금의 수도권매립지가 생겼다. 1992년 매립지가 생기면서 공장과 유관 사업체가 몰렸고 지금처럼 민가와 각종 공장이 뒤엉킨 형태가 됐다. 사월엔 50여가구가 사는데 공장은 160개다. 공장이 몰리면서 주거환경도 극도로 나빠졌다. 대기오염 수준은 심각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국립환경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다른 인천 지역보다 높고 대기 속 중금속도 다량 검출됐다. 주요인은 순환골재처리장 등 건설폐기물처리시설이다.
한 주민은 “공기가 나빠서 사는 데 엄청 불편하다”라며 “비염, 알레르기에 시달리고 암 걸려 죽은 사람도 많다”고 밝혔다. 또 다른 주민은 “불편해도 그냥 산다”며 “일 년에 한 번씩 병원에서 오는 정기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기약 없는 재개발 ‘족쇄’
살기 힘든 동네임에도 주민들이 꾸역꾸역 버티고 있는 이유는 재개발 희망 때문이다. 환경부 발표 이후 집단이주와 개발을 번복해오다 지금은 개발로 입장을 굳힌 모습이다. 개발계획은 그러나 백지 상태다. 한때 민간주도로 사업이 추진되려 했다가 흐지부지 됐고, 공영개발로 가닥이 잡힌 모습이나 정해진 건 없다. 인천시에 따르면 구역지정도 되지 않았다. 1500만 톤의 건축폐기물 반출 등 당면 과제도 많다.
한 주민은 “주민들은 빨리 재개발해서 이 동네에 남길 원한다. 개발 메리트가 있으니까”라며 “주민들이 이사 못하는 이유도 기대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는 공영개발을 생각하는데, 주민들은 보상문제가 있기 때문에 민간개발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올 연말 결정이 난다고 들었는데, 시도 어떻게 사업을 할 건지 논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사업 동의서를 취합해 구청에 제출한 상태다. 문제는 재개발이 이뤄진다고 해도 거주민들이 새 집으로 이주를 할 수 있느냐다. 이곳엔 생활수준이 넉넉지 않은 고령층이 많다. 오히려 보금자리를 빼앗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영업손실을 우려한 사업체와의 마찰도 우려된다. 실제 재개발을 반대하는 공장주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