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논란이 있는 법안을 두고 격돌해 조정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폐기됐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양곡관리법과 간호법 등 논란이 된 법안의 파급효과를 분석해 정치권의 논의가 이뤄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30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간호법과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좋은 의도로 출발했지만 정치적 유불리와 각 단체의 이해관계 개입되면서 정쟁으로 흘러갔다. 여야가 이 법안들을 두고 국가 재정부담과 이해관계자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했다.

결국 이 법안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국회로 되돌아왔다. 국회 본회의에서 재투표를 진행했지만 표결 수 미달로 폐기됐다. 법안 발의부터 재투표까지 법안이 가진 사회적 파급효과에 대해선 제대로 논의하지 못했다.

폐기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거나 쌀값이 농사가 보통 정도로 된 해에 비해 5~8% 하락할 때 쌀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는 내용이다. 국민의힘은 국가 재정에 부담된다는 이유로 이 법안을 반대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쌀농사의 안보와 전략성을 고려해 찬성했다.

간호법 개정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의료계에 종사하는 의사와 간호사, 간호조무사 간 업무 범위에 대해 이해관계가 충돌했다. 

의사들은 법안이 통과될 경우 간호사가 의사 없이 단독 개원할 수 있기 때문에 반대했다. 또 간호조무시와 응급구조사, 방사선사는 간호사가 다른 직역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법안 통과 거부의 목소리를 냈다.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두 법안의 필요성과 실효성을 제대로 조정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설명했다. ‘입법영향분석’에는 인구 데이터를 비롯해 분야별 전문가들이 투입돼 각 법안이 가진 사회적 영향과 이해관계자 문제 등을 파악한다.

합리적인 제도 운영을 위해  입법영향분석의 세부적인 절차는 논의 중이다. 큰 과정은 국회의원이 법률안을 발의할 때 ‘입법영향분석서’를 함께 첨부해 제출하는 방식이다. 분석과정에서 이해관계가 발생할 수 있어 입법조사처와 국회 사무처가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박상철 입법조사처장은 간호법과 양곡관리법을 예제로 입법영향분석을 설명했다. 그는 “간호법은 입법영향분석이 없이 진행됐다. 의료단체에서 반발이 이어지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본회의 재의결이 실패해 법안이 폐지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간호법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해관계자의 타협이 정말로 어려운 법안이다. 객관적이 데이터가 있었다면 정쟁이 줄었을 것”이라며 “여야가 법안 통과 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쟁과 정치적 이해관계로 넘어갔다”고 전했다.

아울러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법안이 사회·재정적으로 끼치는 영향으로 여야가 격돌했고 정치적 입장싸움으로 바뀌었다”며 “재정에 끼치는 영향이나 이해관계자 입장 등이 담긴 객관적인 데이터를 만들었다면 통과 여부에 대해서 논의가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