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프리미엄, 반려인에겐 사치 아닌 가치

반려동물 프리미엄, 반려인에겐 사치 아닌 가치

기사승인 2023-07-17 06:00:07
지난달 16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개최된 ‘제25회 궁디팡팡 캣페스타’에 참가해 구매한 물품. 독자 제공

# 매일 아침 유치원에 등원한다. 유치원에 가지 않는 주말엔 133만원 구찌 코트를 입고 오마카세 식당에서 코스 요리를 먹는다. 날이 더우면 수영장이나 바다에서 수영을 한다. 여름휴가 때는 가족들과 수영장과 운동장이 딸린 펜션에서 뛰어 논다.

언뜻 누군가의 일상 같지만 아니다. 사람이 아닌 반려동물 이야기다. 반려동물 1200만명 시대. 최근 가슴으로 낳은 반려동물을 지갑으로 키우는 반려인이 늘고 있다. KB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3 한국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가구는 건강관리비나 상해·질병 치료비를 제외하고 월평균 15만4000원을 지출했고, 지난 2년간 평균 치료비 78만7000원을 썼다. 반려인 5명 중 1명이 운용한다는 반려동물 양육자금은 평균 242만7000원에 달한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정하는 문화가 확산되며 ‘내 아이에게만큼은 최고로 해준다’는 프리미엄 키즈 VIB(Very Important Baby) 문화가 반려동물 문화에서도 자리잡고 있다. 이른바 프리미엄 도그(VID, Very Important Dog)다. 프리미엄 도그 문화는 일상까지 확대되고 있다. 집에 혼자 남겨질 반려동물을 위해 강아지 유치원을 이용하거나 수제 간식을 먹이고, 함께 여름휴가를 떠난다. 반려동물 프리미엄 시장은 계속해서 확대될 예정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반려동물 연관 산업 규모는 올해 4조6000억원이고, 오는 2027년 6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6월16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개최된 ‘제25회 궁디팡팡 캣페스타’ 모습.   사진=조유정 기자

‘댕냥이’ 육아, 프리미엄 속 의미

반려인들은 반려동물 프리미엄 문화를 사치가 아닌 가치 있는 일로 바라본다. 최근 서울 강남구에 반려견 전용 오마카세 식당이 오픈했다. ‘반려견에게 쉐프가 선보이는 특별한 요리를 제공합니다’라고 소개하는 이 가게는 강아지를 위해 호주산 캥거루 고기, 노르웨이산 연어 등으로 만든 총 7가지 코스요리를 제공한다. 반려견 오마카세를 이용할 의사가 있다는 A(20‧여‧직장인)씨는 “5~7만원대로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지 않다”며 “반려견에게 추억이 될 것 같아 이용할 생각”라고 밝혔다.

반려동물을 위해선 돈을 아끼지 않는 반려인도 많다. 지난달 16~19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개최된 ‘제25회 궁디팡팡 캣페스타’에는 하루 1000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다. 행사가 열리기 전부터 SNS에서는 얼마 쓰고 올지 고민이란 내용의 글이 쏟아졌다. 100만원까지 소비할 생각이란 글도 있었다. ‘궁디팡팡 캣페스타’에서 65만원 정도 썼다는 배모(31‧남‧직장인)씨는 “박람회에 3시간 정도 머무르며 간식부터 장난감, 고양이 모래(화장실), 매트, 캣폴 등을 구매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처음 예산(30만원)보다 많이 썼지만, 고양이가 잘 써주기만 하면 전혀 아깝지 않을 것 같았다”며 “고양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빨리 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사는 김지유(28‧여‧자영업)씨도 고양이들에게 수천만 원을 사용했다. 김씨는 지난해 가을 길 위에서 구조한 둘째 고양이 치료비를 위해 지금까지 1000만원 이상을 사용했다. 계획에 없던 차량도 구입했다. 그는 “난치성 원충에 감염된 고양이 치료를 위해 1000만원 이상을 썼다”라며 “치료를 위해 매주 병원을 가야 해 계획에 없던 차량까지 구입하게 됐다”라고 했다. 지금도 고양이를 위해 매달 50~80만원을 쓴다는 김씨는 “가족이라고 생각하니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은 멀리하게 된다”라며 “사료부터 간식 성분까지 고려하다 보니 적지 않은 돈을 사용하고 있지만, 줄일 생각은 없다”라고 말했다.

출근 후 혼자 있을 반려동물을 걱정해, 100만원이 넘는 위탁시설에 맡기기도 한다. 반려견 한 마리와 함께 사는 이은지(37‧여)씨는 강아지 유치원과 놀이방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이씨가 반려견 유치원비로 한 달에 쓰는 돈은 약 100만원. 이씨는 “일을 하다 보니 바빠서 훈육을 전문으로 하는 훈련 유치원과 놀이방 개념의 유치원을 병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출장 시에는 호텔링 개념의 정원과 수영장이 조성된 교외 유치원을 이용한다. 한 달에 12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위해 직접 만든 수제 간식. 독자 제공


일상 속 프리미엄, 24시간 함께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방법엔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상에서도 반려동물에게 최고의 대우를 하는 반려인이 많다. 반려견 한 마리와 사는 이정희(49‧여)씨에게 매일 출근 전후 1시간 이상 산책은 기본이다. 비가 오고 눈이 와도 실외 배변하는 반려견을 위해 매일 산책 시간을 지킨다. 이씨는 “산책 시 걷기 앱을 이용해 걷는 거리에 따라 포인트를 모으기도 한다”라며 “모인 포인트로 유기견들에게 사료 기부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가족여행을 할 때는 반려동물 펜션을 예약해 함께 간다. 이씨는 “(반려견과) 가족여행을 가려고 카시트와 유모차도 샀다”라며 “반려동물 동반 펜션은 일반 펜션보다 비싸 50만원 이상 들지만 함께 가려 한다”라고 밝혔다. 주모(27‧여)씨도 식당이나 카페에 가기 전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곳을 찾는다. 주씨는 “반려견에게 분리불안증이 있기도 하고, 일상을 함께하고 싶어서 같이 갈 수 있는 식당과 카페 등을 주로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직접 간식을 만들기도 한다. 주씨는 반려동물용 수제 간식을 만드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학원까지 다녔다. 주씨는 “반려견이 좋아하는 수제 간식을 직접 만들고 있다”라며 “직접 간식을 만들어 주면 영양가가 높고 성분을 알 수 있어 좋다”라고 말했다. 반려동물 수제 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반려동물 종합 플랫폼 어바웃펫에 따르면 지난달 26일까지 반려동물 수제 간식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4.7% 급증했다. 매출이 증가하며 수제 간식 상품수도 2021년 142종에서 올해 상반기 421종으로 3배 늘었다.

반려동물 문화의 프리미엄화와 VID는 결국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나온다. ‘2023 한국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반려인 10명 중 8명은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이라고 답했다.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펫 시장이 끊임없이 성장하는 이면엔 심리적인 이유가 있다”라며 “최근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코로나블루 등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그 외로움을 채워주는 것 중 하나가 반려동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려동물 자체에 ‘반려’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지만, 최근엔 가족이나 내 외로움을 돌봐주는 대상으로 인식하는 등 의미가 더 깊어졌다”라고 덧붙였다.

“주변에서 왜 고양이에게 그렇게까지 하냐고 묻기도 해요. 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가족이니까요. 메리와 아리(반려묘)에게 받은 행복만큼 아낌없이 해주고 싶은 마음, 그것이 전부입니다.” (반려묘 2마리를 반려 중인 김지유씨)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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