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시국에 해외를 가죠?”
정치권이 ‘해외 출국’ 이슈로 연일 시끄럽습니다. 최근 집중호우가 전국을 덮치면서 피해가 상당한데요. 책임을 져야 할 정치인들이 국내가 아닌 국외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자 여야는 서로 헐뜯기 바쁩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수해 상황에서 해외 출장을 갔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조기 귀국했습니다. 전임 국회의장인 박병석 의원만 베트남 국회의장과의 공식 일정을 소화한 뒤 돌아오기로 했고 나머지 의원들은 지난 25일 조기 귀국했습니다.
앞서 지난 23일 박병석 전 국회의장과 박정·윤준병·최기상 민주당 의원은 국회 평화외교포럼 활동을 5박 6일 일정으로 베트남·라오스를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민주당 소속인 강기정 광주광역시장도 광주와 전남 지역에 폭우가 예고됐던 지난 주말 유럽 출장을 떠났는데요.
하지만 이 같은 ‘외교 활동’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큰 비판이 일었습니다. 박정 의원은 수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입법을 맡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박정 의원은 25일 인천공항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신중하지 못한 처신”이었다면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그는 “수해와 관련해 ‘도시침수법’이 발의돼 있는데 이는 재정법이라 공청회를 열어야 하고 상임위 위원들의 지역 피해가 커 26일 소위, 28일 전체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베트남에 가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이는 두 달 이상 전에 준비됐다”며 “제가 환노위가 아닌 외교통일위원회였을 당시 박병석 전 의장과 같이 준비한 상황”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의원들의 ‘외교 활동 자체’가 비판받아야 할 상황인 건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전문가는 이 같은 상황이 민주당 의원들이 자초한 ‘부메랑’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26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윤 대통령 또한 집중호우가 예고된 상황에서, 게다가 이에 따른 사망자가 속출하던 때에 우크라이나 방문을 강행했었는데요. 이때 민주당이 “현장에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강하게 비판해 비난의 강도가 더 높아졌다는 게 이 평론가의 설명입니다.
이 평론가는 “이번 수해 상황에서 중앙대책본부가 가동됐을 때 총리가 보고하는 등 정치 행위가 적절히 이뤄졌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방문 강행 당시 화상회의로 (상황을) 보고받았다. 외교 현장에서 대치할 수밖에 없던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하지만 민주당은 이 부분에 대해 ‘무조건 돌아왔어야 한다’라고 했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만 했으면 자신들도 ‘의원 외교’를 하는 데 방해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의원 외교’는 필요합니다. 의원 외교는 의회 외교라고도 부르는데요. 의회 외교는 국회의원과 의회 외교단체 등이 국내외 현안에 대한 지지 확보, 협력증진, 교류 확대 등을 목적으로 외국 의회와 정부, 기관 등을 대상으로 펼치는 외교 활동입니다.
의회 외교는 세계적으로 의회민주주의가 성숙하면서 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초청외교, 방문외교, 국제회의 등으로 이뤄지는 해당 활동은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정부가 공식적으로 처리하기 민감한 사안에 대해 접근할 수 있는 기능도 있습니다.
이렇게 필요한 외교 활동이지만 한국의 ‘진영 정치’가 정치인들의 활동 보폭을 줄였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입니다.
이 평론가는 “자신들의 행보에 대한 폭을 확보했어야 했는데 ‘진영 정치’로 넘어가 서로 행위를 비난부터 하고 보니 정치인들의 행보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그런 걸 따지기보다 정치인으로서 해당 문제를 구조적으로 접근하고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지 생각해야 한다. 지금의 정치인들은 재난 상황에서 발목을 묶어놓는 ‘정쟁 정치’만 하고 있어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