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법, 소급법 뭐길래...등판한 금감원 [알기쉬운경제]

전진법, 소급법 뭐길래...등판한 금감원 [알기쉬운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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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3-07-29 07:02:01
쿠키뉴스 자료사진
‘전진법’이냐 ‘소급법’이냐. 보험사 간 갈등이 높아지자 결국 금융감독원이 중재안을 내놨습니다.

금감원은 27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이명순 수석부원장 주재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관련 가이드라인 회계처리설명회를 열었습니다.

생명, 손해보험사 주요 10개사 최고경영자(CEO), 생명·손해보험협회장, 4개 회계법인 감사부문 대표가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전진법을 원칙으로 하되, IFRS17 시행 첫해라는 점을 감안해 공시강화를 조건으로 소급법도 허용한다는 방침을 정했습니다. 

대체 전진법과 소급법이 뭐길래 보험사들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까요. 둘 중 어떤 방식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회사별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진법은 회계상 변경 효과를 당해연도와 그 이후 손익으로 인식하는 방식입니다. 소급법은 회계상 변경 효과를 과거 재무제표까지 반영해 당기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대체로 전진법을 적용하면 1분기보다 실적이 크게 떨어져 보일 수 있고, 소급법을 적용하면 1분기와 2분기 실적 차이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죠.

금융당국이 IFRS17과 관련해 보험업계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금감원은 이미 지난달 CSM 산출 기준을 일원화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업계에 통보했습니다. 보험사들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자,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생명보험사의 경우, 17개사 중 7개사의 2023년 1분기 순이익이 2022년 한 해 전체 순이익보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IFRS17이 보험사에게 회계처리 자율성을 많이 허용함에 따라, 다수 보험사가 최대한 낙관적 가정을 설정해 손익을 계산하면서 나타난 일종의 착시효과 입니다. 실제로 통계적 근거 없이 낙관적인 가정을 적용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이후에도 분란은 계속됐습니다. 일부 보험사가 CSM 가이드라인을 과거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으면 전 분기 대비 최대 수 천억원의 순이익이 깎일 수 있다며 소급법 적용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생보사는 대부분 전진법을, 손보사 중에서는 메리츠화재나 삼성화재를 제외한 나머지는 소급법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회사마다 사정이 다 다르지만 1분기, 2분기 비교했을 때 전 분기 대비 좋아 보이기 위해 대부분 보험사들이 소급법을 선호하는 편”이라며 “전진법을 적용해도 1분기와 2분기가 별 차이가 없는 일부 보험사 몇 곳이 원칙대로(전진법)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진법·소급법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발언했습니다. 이 원장은 “보험사 상품은 7년, 10년 이상 가는 상품들로 구성돼 있는데 CEO, CFO들은 아무래도 단기 평가를 좋게 하려는 유인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숫자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실질이 아닌 회계적 이유로 혼란이 초래되거나 국민적 내지 소비자 신뢰가 추락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금감원은 ‘원칙은 전진법, 올해 말까지 소급법 적용’이라는 중재안을 내놓으면서 몇가지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소급법을 보험사에는 회계처리를 고의 악용할 여지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보험사의 수정사항에 고의가 확인되는 경우에는 비조치 대상에서 제외시킬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또 소급 재작성하는 회사의 경우에는 전진 적용했을 때와의 재무 영향 차이를 재무제표 주석, 경영공시로 표시하도록 강조했죠.

신제도 초기 시행에 따른 과도기적 혼란이 길어지고 있는데요. IFRS17 등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영향이 각 회사 재무제표에 최종 반영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금감원은 “가이드라인 적용 실태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할 예정”이라면서 “향후에도 회계법인 간담회, 예실차 분석 등을 통해 필요시 추가 가이드라인을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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