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업·맹신이 ‘철근누락’ 사태 키웠다

분업·맹신이 ‘철근누락’ 사태 키웠다

기사승인 2023-08-04 06:00:57
철근이 누락된 양주회천A15단지 지하주차장 기둥에 철판을 덧댄 모습.  사진=송금종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철근누락 사태는 의문투성이다. 양주회천A15단지 경우 설계도면이 부실한데도 공사가 진행됐다. 발주처, 감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시공사는 기둥 154개를 철근 없이 세웠다.

구조계산 누락을 제때 발견하지 못한 이유는 이렇다. 검토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업계 생리와도 연관된다.

업계에 따르면 설계와 시공, 관리는 독립적이다. 설계사는 의뢰를 받으면 현장을 조사하고, 건축주와 협의해 설계도면을 그린다. 또 설계 과정 중 ‘구조’는 전문자격 소지자만 관여할 수 있는 특수영역이다. 전문가가 작성한 도면이기 때문에 발주처며 감리도 군말 없이 인정하는 것이다.

정해진 기간 안에 공사를 마치고 수익을 내야 하는 건설사로서도 문제 제기 필요성을 못 느낀다. 그래서 설계만 믿고 공사한다. 양주회천 단지는 철근 없이 설계됐다. ‘부실공사’ 표현은 억측이라는 한신공영 측 주장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다.

한신공영 관계자는 “시공사는 보통 설계도서가 정당하게 나왔다고 생각하고 시공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시공 경험과 벗어난 구조적인 부분까지 파악하긴 힘들다”고 토로했다.

감리 역할도 동일하다. 시공사가 설계에 맞게 공사하는지만 감독 한다. 다음 공정을 진행하려면 감리 허가가 떨어져야 한다. 공사가 중단되지 않는다는 건, 바꿔 말해, 감리도 설계를 의심하지 않다는 의미다.

민간이 아닌 관급공사일수록 의견을 내는 경우는 드물다. 때문에 공사 전 충분한 소통이 있었다면 철근누락을 막았을 거란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현장은 자기 파트가 아니면 문제를 제기할 필요도 없고, 시공사는 가타부타 의견을 제시할 수 없는 구조”라며 “하물며 갑을 관계가 명확한 사업장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시공사가 얼마나 될지 따져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도급 공사 설계와 관련해 중간에 협의하는 과정이 있으면 더 좋지 않았겠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설계부터 잘못된 공사를 바로 잡으려면 업무를 일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주장이 나온다. 양주회천 현장소장도 “모든 업무 파트가 종합적이어야 감리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신공영 관계자는 “각 단계에서 자기가 할 일을 제대로 하는 수밖엔 방법이 없다”며 “그렇지 않으면 제도와 고발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호소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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