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조모(31‧여)씨는 길거리를 걸을 때 사람들의 ‘손’을 주시한다. 신림역 칼부림 사건이 일어난 2주 전부터 조씨의 일상이 달라졌다. 언제든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평소 다니던 거리가 ‘공포’로 변했다. 조씨는 “일상을 살아야 하는데 막연한 걱정이나 두려움, 경계심이 심해진다”라고 말했다.
지난 3일 분당 서현역 인근에서 무차별 칼부림 사고로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방검복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방검복은 각종 쇼핑몰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4일 오후 1시 기준 쇼핑몰 11번가 실시간 검색어 2위에 호신용품, 3위 방탄조끼, 10위 호신용이 올랐다. 같은 날 옥션도 삼단봉, 호신용품, 방검복이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방검복 테마주로 알려진 웰크론은 전날(3015원) 대비 25.2% 급등하며 4일 최고가 3775원을 기록했다.
SNS에도 방검복을 사야 할 것 같다고 우려하는 글이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칼부림이 유행처럼 번진다. 방검복이라도 사 입고 다녀야 하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사는 곳 근처에서 칼부림이 났다. (사건 당일) 오후에도 지나간 곳”이라며 “앰뷸런스가 자주 지나가는 곳이라 그간 무덤덤했지만, 이젠 방검복을 사야 하나 싶다”라고 적었다.
호신용품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건 지난달 21일 신림역 묻지마 칼부림 사건 발생 이후다. 네이버쇼핑에 따르면 신림역 사건 발생 후 이틀 동안 20~40대 여성과 20~50대 남성이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가 ‘호신용품’이었다. 10대 남성은 2위, 10대·50대 여성은 3위를 차지했다.
시민들은 계속되는 무차별 강력범죄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호신용품을 찾기 시작했다. 유모(33‧남‧직장인)씨는 “성별·나이와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사고를 당한 걸 보며 부모님이 가족 모두 방검복을 하나씩 사자고 했다”라며 “아무도 지켜주지 않으니,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호신용품과 방검복 등을 알아보는 중이라는 윤모(27‧여)씨도 “신림역 사건이 발생했을 때만 해도 이 정도 공포감은 아니었다”라며 “짧은 시간에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고 앞으로도 발생할 것 같아 공포감이 커졌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호신용품보다 유독 방검복에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는 최근 벌어진 사건들의 흉기가 칼이기 때문이다. 강모(37‧직장인)씨도 최근 발생한 칼부림 사건들을 보며 방검복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강씨는 “단순히 베이는 걸 막는 용도를 넘어, 재질이 두껍고 튼튼한 제품을 찾고 있다”라며 “두꺼운 제품은 당장은 못 입을 거 같아 구매를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한 쇼핑몰 사이트에서 방검복을 구매한 후기를 살펴봐도 칼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구매자들은 ‘칼로부터 보호할 수 있을 거 같다’, ‘칼을 방호하는 정도는 충분할 것 같다’, ‘구매 후 칼은 무섭지 않게 됐다’라고 후기를 남겼다.
전문가들은 잇따른 범죄로 생긴 불안감이 호신용품과 방검복 수요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김지호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전에 잘 없던 묻지마 범죄가 발생하고 있고, 화면과 영상으로 생생하게 다가오며 불안감 등 심리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호신용품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인 현상에 가깝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 교수는 “아무래도 불안하다 보니 방검복 등을 찾고, 알아보는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하지만 관련 판매가 얼마나 늘었는지 수치로 확인되지 않은 만큼, 앞으로도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라고 전망했다.
방검복이 호신용품보다 돌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건 맞지만, 일상에서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 특공대원 A씨는 “호신용품은 상황 발생 시 대응하는 적극적인 용도고, 방검복은 우발적인 상황을 대처하기 위한 소극적 예방 용품”이라며 “칼부림 등 무방비 공격에는 방검복이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방검복을 입기엔 일상생활에서 착용감이 떨어지는 등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