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52일 만에 막을 내린 김은경 혁신위가 결국 ‘반쪽짜리’에 그치고 말았다. 애초 9월까지 활동할 예정이었지만 ‘노인 비하 발언’ 등 갖은 논란으로 빠르게 마무리하게 된 것이다.
부랴부랴 내놓은 혁신안은 당초 기대에 못 미쳤고 결국 당내 분란 소지만 남겼다.
김은경 혁신위원회는 10일 오후 국회 본관 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에서 혁신안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지난 6월 20일 출범한 이후 52일간의 혁신위 활동을 정리하는 자리로 그간 논의되던 혁신안을 정리해 발표했다.
혁신안들은 기존의 고루한 기성 정치의 퇴진과 정치 신인의 등용 확대로 크게 요약된다. 일명 ‘올드맨’으로 불리는 오래된 정치인들은 이제 정치 전면에서 물러나길 강하게 촉구했다. 대신 미래 아젠다를 제시할 수 있는 유능한 인물들을 대거 등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 △현역 국회의원 공천 평가 시 ‘공직윤리’ 평가 항목 신설 △전략 공천 축소 및 경선 확대 △정치 신인에 대한 공정한 경쟁 기회 부여 등을 혁신 과제로 제안했다.
무엇보다 이날 나온 혁신안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권리당원의 투표권 확대였다. 당헌·당규를 개정해 당 지도부 투표 비율을 조정하자는 혁신 제안으로 기존 대의원들의 투표권을 전부 배제하고 권리당원 70%, 국민 여론조사 30% 비율로 바꾸자는 것이다.
현행 정당법이 ‘대의원제’를 법으로 명시하고 있는 만큼 대의제 폐지는 어렵지만 당 지도부 선출 과정에 대의원 투표권을 배제해 대의원제 폐지와 같은 효과를 내도록 한 것이다. 또 지역 권리당원이 대의원들을 직접 뽑자는 혁신안까지 제시해 사실상 대의원제 폐지가 혁신의 중점 과제처럼 보였다.
대의원제 폐지는 친명계와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자들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의제였던 만큼 불필요한 당내 분란을 조장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 혁신위는 초창기 당을 개혁 수준으로 변화시킬 거란 강한 의지와는 달리 마지막 혁신안 발표 때는 유약한 모습을 보였다. 서복경 혁신위원은 혁신안 미수용 시 당이 곧 망할 거란 초창기 발언이 유효하냐는 취재진의 질의에 “당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코인 논란 등의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당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강하게 말했던 것”이라며 “혁신위의 혁신안은 거의 제도 개선안인데 이것을 100% 받지 않는다고 해서 민주당이 망하거나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일하게 성공한 혁신위로 평가받는 김상곤 혁신위에서 청년 혁신위원으로 활동했던 이동학 전 최고위원은 이날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냉정하게 성공한 혁신위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혁신위가 아닌 혁신 자문위가 권고하는 수준의 혁신안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냉정히 평가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초반에는 역사적 인식과 사명을 가지고 강한 의욕을 드러냈지만, 자초한 위기로 인해 한계점을 명확히 인식했던 것 같다”며 “결국 뚜렷한 결과도 내지 못한 채 52일을 무위로 보낸 것”이라고 부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