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만 하면 검고 젊은 모발?” 사각지대 파고든 건강기능식품 과대광고

“먹기만 하면 검고 젊은 모발?” 사각지대 파고든 건강기능식품 과대광고

기사승인 2023-08-20 06:00:08
마이크로소프트 브라우저 엣지(edge) 메인 화면에 뉴스와 함께 자극적 문구의 온라인 광고(분홍색 표시)들이 배치돼 있다. 이들 광고는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서는 검색되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 브라우저 엣지 메인화면 캡처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국내 10가구 중 8가구가 건강기능식품을 찾거나 복용 중이다.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기능식품 수요가 급증했다. 그러나 커지는 시장만큼 규제 사각지대를 이용한 불법 과대광고도 우후죽순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대광고에 따른 혼란을 줄일 수 있는 적정 관리와 소비자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8일 기자가 살펴본 마이크로소프트 브라우저 엣지(edge) 메인 화면은 온라인 뉴스와 함께 다양한 광고들이 배치돼 있다. 자극적인 광고 문구들이 눈길을 끌었다. 

먹는 염색약이라고 소개한 A제품의 광고는 ‘먹었더니 어느새 검은 머리가 (났다)’ 등의 사용자 후기를 담고 있다.   A제품 광고 홈페이지 캡처 

‘먹는 새치약(먹는 염색약)’이라고 소개한 A제품의 경우 검은 심황, 검은 깨, 나이아신, L-리신염산염 등이 포함된 일본산 제품으로, 기타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돼 있다. 

A제품은 광고를 통해 ‘모발이 손상되는 것을 예방해주며 누구든 검고 젊은 모발로 되돌릴 수 있는 신비한 아이템’이라고 설명했다. ‘먹었더니 어느새 검은 머리가 (났다)’ 등의 사용자 후기도 담겨 있었다. 

B제품에는 ‘운동 없이 하루 2400kcal 식단과 B제품 섭취로 2주 만에 14kg를 감량했다’는 후기가 있었다. ‘해당 제품 섭취를 통해 근손실 없이 체지방만 집중적으로 18.6kg을 감량하기도 했다’는 글도 보였다. B제품 역시 콜레우스포스콜리, 가르시니아캄보지아추출물 등이 들어 있는 다이어트 보조 건강기능식품이다. 

의료 전문가들은 건강기능식품으로 이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백진옥 가천대길병원 피부과 교수는 “흰머리가 다시 검은 머리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검은콩 등이 모발 건강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광고들이 있지만 의학적으로 정확히 검증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이혜준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광고 내용대로 뛰어난 효과가 있다면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처방의약품으로 승인 받았을 것”이라며 “운동 없이 체중이 감량됐다면 당연히 근육량도 줄 수밖에 없다. 말이 안 되는 내용이다”라고 지적했다. 

B제품 광고를 클릭하니 마치 언론사가 해당 제품이 효능이 있다는 내용을 기사화한 것처럼 꾸민 홈페이지가 연결된다.   B제품 광고 홈페이지 캡처

법망 피하는 업체… 소비자 피해 증가 

건강기능식품의 종류 등이 많아지고 광고 루트도 다양해지면서 부당광고 적발 사례는 급격히 늘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 부당광고 적발 사례는 지난 2021년 1913건에서 2022년 2453건으로 500건가량 증가했다. 지난 2월 소비자시민모임이 유튜브를 포함한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쇼핑몰에 게재된 식품 관련 광고 400개를 모니터링한 결과에서도 건강기능식품 201개 중 40.3%가 불법광고에 해당했다.

현재 식약처는 국내외 언론, 소비자단체 등으로부터 정보를 받고 부당광고에 대한 상시점검을 전개하고 있다. 온라인 부당광고 점검 대상은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같은 판매사이트와 쿠팡 등 오픈마켓,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 광고를 아우른다.

앞서 나온 A, B제품의 경우 광고 심의·규제가 엄격한 포털사이트를 피해 마이크로소프트 브라우저 메인 화면에서만 열리는 개인 사이트를 통해 홍보했다. 브라우저에 나타나는 뉴스나 광고가 실시간으로 순환되기 때문에 노출되는 시간이 불규칙하며, 포털 등에서 검색해 찾아볼 수 있는 사이트도 아니다 보니 사실상 ‘모니터링 사각지대’에 놓인다.

일부 소규모 마케팅·홍보 기업들은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가기도 한다. 식품표시광고법에 따르면 의약품으로 인식될 우려가 있는 건강기능식품 표시 및 광고는 1회 적발 시 영업정지 1개월, 2회 영업정지 2개월, 3회 적발 땐 영업소 폐쇄 조치가 이뤄진다. 하지만 영업정지를 받더라도 폐업 신고 후 주소지를 옮겨 새로운 영업처를 만드는 식으로 운영을 이어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재차 점검에 걸리더라도 새 영업처는 ‘중복 적발’이 아닌 ‘최초 적발’이 적용된다.

과대광고에 속아 제값을 못하는 제품을 구입하면 그 피해는 소비자의 몫이다. 한국소비자원이 건강기능식품 복용 이후 문제가 있는 사례에 대해 신고를 받고 있지만 이상반응이 나타나지 않으면 보상받기 어렵다. 이에 전문가들은 광범위한 온라인망에서 과대광고를 모두 거르기 어려운 만큼 소비자 스스로 주의를 갖고 건강기능식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는 “광고 매체가 다양해진 것은 물론 광고인지 개인 게시물인지 명확하지 않은 것들이 많아 소비자들의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소비자가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신뢰를 갖고 제품을 고를 수 있도록 보다 세심한 관리가 이뤄져야 하며, 소비자들 역시 건강 관련 제품을 선택할 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약처가 판매를 허가한 건강기능식품은 유통 전 표시광고 사전 심의를 받는다. 심의 통과를 확인하는 ‘심의필’ 마크를 보고 구매하는 것이 좋다”며 “건강기능식품 시장 확대에 대비해 관련 협회나 포털사 등과 협업을 갖고 부당광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소비자 피해 예방 등을 위한 교육 홍보를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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