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테마주 랠리, 투자 아닌 투기 모습에 주의보 격상 [친절한 쿡기자] 

불붙는 테마주 랠리, 투자 아닌 투기 모습에 주의보 격상 [친절한 쿡기자] 

기사승인 2023-08-24 06:00:28
쿠키뉴스DB.

올해 주식시장의 화두는 단연코 테마주로 설명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상반기 국내 증시를 이끈 2차전지 열풍은 제2의 동학개미운동으로 비견될 정도로 투자 심리가 집중됐습니다. 

그러나 하반기에 들어선 현시점에서, 테마주 열풍은 광풍으로 바뀌었습니다. 2차전지주의 대표주자인 에코프로가 주당 100만원선을 넘으면서 황제주로 등극하자 상승장에서 나만 낙오될 수 있다는 공포감을 뜻하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까지 나타났죠.

가격이 너무나 오른 탓에. 2차전지주에 쉽사리 접근할 수 없었기 때문일까요. 투자자들의 관심은 또 다른 테마주로 이동했습니다.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초전도체입니다. 초전도체 테마는 지난달 22일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상온·상압 초전도체라 주장한 ‘LK-99’ 관련 연구결과를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공개하면서 불거졌습니다.

초전도체는 발견 이래 상온·상압에서의 구현이 불가능했습니다. 상온 초전도체가 상용화 될 경우 에너지 공급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됩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영화 ‘아바타’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제임슨 카메론 감독의 SF영화 아바타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에서는 작 중 배경인 판도라 행성 바위산들이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죠. 이는 상온 초전도체 때문에 가능한 현상입니다. 주요 서사인 인간과 나비족간 전쟁도 결국 인간이 초전도체를 차지하기 위함에서 발발됐죠. 중요한 물질임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국내 연구소가 구현했다고 주장하는 상온·상압 초전도체 LK-99는 명확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달랐죠. 초전도체라는 단어가 붙었을 경우 테마주로 묶여 급등세로 이어졌습니다. 수일간 상한가를 찍어 매매거래 정지 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해당 테마주들이 상온·상압 초전도체와 별다른 관련성이 없다는 점입니다. 일례로 수 거래일 간 급등세를 보인 서남은 고온초전도선재 기술을 보유한 회사입니다. 사측은 “현재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연구기관과 어떠한 연구협력과 사업 교류가 없었음을 안내드린다”고 공시했죠. 일부 테마주들이 관련성을 부임했음에도 주가는 계속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결국 국제 학술지 네이처가 LK-99에 대해 초전도체가 아닌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체라는 회의적인 결과를 내놓으면서 일부 테마주들은 하한가로 직행했습니다. 이후 주가 널뛰기 현상이 심회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죠.

초전도체에 관한 논란이 점차 사그라지는가 싶더니 금세 또 다른 테마주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맥신(MXene)입니다. 미래 신소재로 주목받는 이차원 나노물질로 알려졌죠. 지난 17일 한국과학기술원(KIST)의 한·인도협력센터 연구진이 맥신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에 따라 시장은 또다시 테마주들을 발굴했고, 주가는 급등했죠.

그러나 맥신 테마주도 앞선 초전도체와 동일하다는 평가가 제기됩니다. 테마주로 엮인 종목의 회사들이 KIST 연구 관련성을 부정했기 때문이죠. 더불어 애당초 상용화까지 연결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단기 이익 창출 위주로 집중되는 테마주 성격과는 다릅니다. 이를 방증하듯 맥신 테마주들의 상한가 이후 곧바로 하한가까지 내려앉았죠. 다만 일부 종목은 상승하기도 하는 등 혼조세를 보이는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상황을 살펴보면, 테마주들의 등장 주기와 함께 주가 급등락의 시점이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단기간도 아닌 단시간에 변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죠. 코스피가 박스권에서 횡보하는 장세 지속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에 기인합니다.

현 상황이 투자가 아닌 투기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바로 ‘빚투’ 문제가 원인인데요.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0조4389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올 들어 최고치입니다. 잔고가 늘었다는 것은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증가했다는 의미죠. 테마주들을 향해 빚을 내서 매수세를 늘릴 경우 큰 손실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테마주 열풍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운 상태입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테마주 관련 주식시장 급등락과 관련해 “단기간에 과도한 투자자 쏠림과 빚투 증가, 단타 위주 매매 등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죠. 그러면서 리딩방 등을 통한 테마주 관련 허위 풍문 유포에 대해 특별단속반으로 하여금 집중 점검토록 지시할 것을 밝혔습니다.

과거에도 테마주 열풍은 항상 존재했습니다. 지난 2020년에는 바이오주 중심으로 불었고, 대선 때맏 정치 테마주가 등장했었죠. 당시에도 큰 손실을 본 투자자들을 심심찮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투자에 대한 손실은 결국 투자자의 책임입니다. 테마주에 대해 과거와 현재가 모두 입을 모아 위험성을 경고하는 만큼, 작금의 상황을 다시 되돌아보면서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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