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1시, 일본이 동일본대지진 이후 12년 만에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기 시작했다. 국내 환경단체들은 “지구 생태계에 환경 재앙을 불러올 반인류적 결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냈다.
환경운동연합과 서울환경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전국 동시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멈춰라, 오염수 해양투기’ ‘육지에 보관하라’ ‘바다에 왜 버려! 보관하면 되는데’ ‘바다는 쓰레기통이 아니다’ ‘멈춰라! 환경테러’ 등 손팻말을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사능 마크를 붙인 물고기 인형을 드는 퍼포먼스와 함께 오염수 방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일본에 촉구하기도 했다.
세 아이의 엄마라는 이서윤 에코생활협동조합 대의원은 이날 “오염수 방류 옹호론자들의 반문에도, 차마 오염수 섞인 바다에 우리 아이들이 물장구치러 들어가게 할 수 없다”며 “핵발전소 원료봉이 녹아내린 곳을 지나간 물이,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바다 생물 몸속에 들어가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충분히 핵 리스크를 안고 있으며, 언제든 원전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라며 “그때마다 공동의 바다에 오염수를 버리는 구실을 만들 순 없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으로 시민들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호 서울환경연합 기후행동팀장은 “전날 SNS에 ‘(오염수) 방류 전 마지막 회’라는 게시물이 올라오는 것을 봤다”며 “정부는 이러한 우려를 ‘괴담’ ‘환경단체의 선동’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오염수 방류만 아니면 안 해도 될 걱정이다. 하지 않아도 될 검사에 정부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도 “태평양을 비롯한 인류의 바다는 2023년 8월24일 전과 후로 나뉜다”며 “오늘 이후 태어난 태평양 연안국의 아이들은 핵 폐수가 섞이기 전 태평양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며 호소했다.
오염수 방류 다음엔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국내 반입으로 이어질 거란 우려도 나왔다. 최경숙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활동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12년이 지났지만, 지난해 식품 검사 결과 100개 중 12개에서 방사능 세슘이 검출될 만큼 오염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일본 언론에서 슬며시 한국이 수산물 수입 금지를 해지할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며 결국 공공기관, 군 부대와 같이 식재료를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공공급식에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반입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석열 정부를 향한 비판도 나왔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의 핵 오염수 해양 투기 결정에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아 사실상 핵 오염수 해양 투기 ‘공범’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김춘이 사무총장은 “오염수 방류를 찬성 또는 지지하지는 않는다는 한국 정부 입장은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에 따른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지만, 국제 기준에 부합하다고 말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궤변과 닮았다”며 “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 의견에 대해 사법 처리와 궤변론자 운운하는 윤석열 정부야말로 비상식의 최고봉”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는 일본 정부를 언급하며 “지금 당장 오염수 해양투기를 중단하고 원전 부흥의 미몽에서 깨어나 올바른 길을 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는 인류와 지구 환경에 대한 핵 테러”라며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에 오염수 해양투기 중단을 요구하고 다른 대안을 함께 찾아 나가자고 제안해야 한다”고 했다.
환경단체들은 이날부터 시작된 오염수 방류를 저지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기자회견과 집회 등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부터 이틀간 오후 7시 긴급 촛불 행동에 나선다. 주말에도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대회를 열어 반대 목소리를 낸다는 계획이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등 여러 환경·시민단체의 활동가들도 이날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해양투기를 반대하는 캠페인을 펼쳤다.
후쿠시마 제1원전을 관리하는 도쿄전력은 이날 오후 1시3분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한 후 방류를 시작했다. 오염수는 이날만 200톤이 방류된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