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독립군·광복군 영웅 5인의 흉상 이전을 추진하는 것을 놓고 사회 각계의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 들어서도 홍 장군을 꾸준히 예우해온 군이 이를 쟁점화하는 게 뜬금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은 27일 페이스북에서 "6·25전쟁을 일으켰던 북한군 출신도 아니고 전쟁에 가담했던 중공군 출신도 아닌데 왜 그런 문제가 이제와서 논란이 되는가"라며 "항일 독립전쟁의 영웅까지 공산주의 망령을 뒤집어씌워 퇴출하려고 하는 것은 오버해도 너무 오버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SNS에서 "흉상 철거 이유가 홍범도 장군의 공산주의 경력 때문이라는데 납득하기 어렵고 앞뒤가 안 맞는 얘기"라며 "홍 장군은 해방 2년 전 작고해 북한 공산당 정권 수립이나 6·25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서 "그렇게 할 거면 홍범도 장군에 대한 박정희 대통령이 1963년에 추서한 건국훈장을 폐지하고 하는 게 맞지 않겠나"라고 입장을 밝혔다.
김웅 의원도 전날 SNS를 통해 "독립운동에 좌우가 따로 있는가. 좌익에 가담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도 지워야 하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을 통해 "항일 독립 투쟁의 역사를 지우고, 우리 군과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반역사적·반헌법적 처사"라며 "공산주의 경력이 흉상 철거 이유라면 남조선로동당 조직책 출신으로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흔적은 어떻게 할 것인지 답해야한다"고 따져 물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이날 이종섭 장관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민족적 양심을 져버린 귀하는 어느 나라 국방장관이냐"며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으면 자리에서 퇴진하는 것이 조국 대한민국을 위한 길"이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알지만 특별한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국방부와 육사가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국방부와 육사가 잘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며 추가 언급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앞서 국방부는 전날 "육사 정체성을 고려할 때 소련공산당 가입 및 활동 이력 등 여러 논란이 있는 분을 육사에서, 특히 생도교육의 상징적인 건물 중앙현관에서 기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며 이들의 흉상 이전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국방부는 지난해 5월 대통령실 이전에 따라 200m 남짓 거리의 합참 청사로 이전하면서 기존 국방부 청사 앞에 있던 홍범도 장군 흉상을 새 청사로 옮기는 등 정성을 쏟은 바 있다.
정순영 기자 binia9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