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대책에도 “학교는 변하지 않았다”

교육부 대책에도 “학교는 변하지 않았다”

기사승인 2023-09-07 06:05:01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제와 함께 교권회복을 위한 대규모 집회가 4일 오후 국회 앞에서 열렸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최근 교권 보호를 위해 교육부와 국회가 몇 가지 대응책들을 내놨지만, 현장 교사들은 여전히 큰 실효성을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다. 앞으로도 교사들이 사망할 위험이 있는 만큼, 더 적극적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길 원했다.

지난 7월 악성 민원으로 서이초 교사가 사망한 이후 교육부에서는 교권 보호를 위해 지난달 17일 학생생활지도 고시안, 지난달 23일 교권 회복·보호 강화 종합방안을 각각 발표했다. 학생생활지도 고시안에는 전문가에 의한 검사 상담 치료 권고, 근무 시간, 직무 범위 외 상담 거부, 물리적 제지, 학생 분리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교권 회복·보호 강화 종합방안에는 수업 방해 시 학생 휴대전화 분리 보관, 정당한 생활지도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분리, 특이 민원 교육활동 침해 유형 신설 등이 담겼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비슷한 사건이 전국에서 반복되고 있다. 지난 8월31일부터 지난 3일까지 나흘간 경기‧전북 등에서 교사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이초 교사의 49재이던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만난 16년차 초등교사 A씨는 “학교는 변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반복되는 교사들의 사망은 변하지 않은 현실에 있다”라며 “여전히 악성민원, 문제 행동 학생 등의 문제를 교사 1명이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7월 숨진 서울 서이초 교사가 근무했던 1학년 6반 교실 선생님 책상에 국화꽃이 놓여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현장 교사들은 “교육부 대책은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았다”며 교육계에서 내놓은 대응책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17년차 교사 B씨는 “문제 행동 학생에게 있어 필요한 것은 적절한 훈육과 실질적 전문가 상담이지만 교사는 상담을 권유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3일 나온 교권회복·보호 강화 종합방안으로 상담 권유가 가능해졌으나, 권유에 그칠 뿐이고 여전히 아동학대 교사가 될 위험이 남아 있다. 3년차 교사 C씨도 “문제 행동을 훈육하고 제지하는 말과 행동이 다 아동학대로 신고당하고 있는 게 학교 현장”이라며 “교사 한 사람이 아닌 교육부에서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교사들은 두 달간 자진해서 거리로 나왔다. 일부 교사들은 ‘현장정책TF팀’을 꾸려 300페이지가 넘는 정책 제안서를 만들었다. 그럼에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교실을 마주해야 했다. 현장정책 TF팀의 문제행동팀에서 활동한 교사 C씨는 “교육부의 고시는 문제행동 예방과 사후 대책, 예산 지원계획, 전문 인력 확충에 대한 약속이 전무하다”라고 평가했다.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과 예산확충 등의 계획이 없다는 얘기다. C씨는 “재정을 투입해 긴급벨을 설치하고 즉시 분리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문제행동 예방과 사후 조치를 확실히 하기 위해 전문 인력도 확충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교사들의 사망 소식이 앞으로도 계속 들려올 수 있다는 점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녹색병원은 지난 7월16∼23일 전국 유·초·중·고 교사 3505명(여성 2911명·남성 587명)을 대상으로 직무 관련 마음 건강 실태조사를 실행한 결과, 교사 6명 중 1명이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16% 중 4.5%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웠다고 답했다. 교사들은 우울감에는 악성민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학부모 전화 상담 회수와 방문 상담 횟수, 언어와 신체 폭력 경험이 높을수록 우울 증상 호소가 많았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제와 함께 교권회복을 위한 대규모 집회가 4일 오후 국회 앞에서 열렸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교사들은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학교폭력 TF팀 소속 E씨는 “학교폭력예방법 일부개정안에는 학교 폭력 예방교육 월 1회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교사들의 교육이 부족해 학교 폭력이 발생하는 게 아니다”라며 “문제는 법안과 법제에 있다”라고 주장했다. E씨는 “학교폭력 사안 접수 전 중재 프로그램 마련을 통해 학생들이 고소, 행정소송 등 법적 싸움이 아닌 갈등을 해결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라고 진단했다.

고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집회가 열린 4일 이후, 교육부는 앞으로 현장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5일 정부종합청사에서 교원단체 관계자들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이주호 부총리는 “교원-학생-학부모가 존중하는 ‘모두의 학교’ 운동을 시작한다”며 “현장 의견을 경청하기 위해 매주 1회 장관이 직접 현장 선생님들과 정례적으로 소통할 것을 약속한다”고 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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