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를 지탱하는 기둥인 ‘척추’에 통증과 불편감이 발생하면 보행이 어려워지는 등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그러나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데도 부작용, 합병증 우려로 허리 수술을 기피해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7일 김강언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수술 후유증이나 합병증 등에 대한 우려로 수술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최근엔 척추 수술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줄었기 때문에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과거 척추 수술은 고령 환자의 신체적 부담이 큰 방식이었다. 김 교수는 “과거엔 등배부를 크게 절개한 뒤 어느 신경이 눌렸는지 확인해 구조물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수술을 시행했다”며 “그러다 보니 근육이나 신경 손상이 발생할 확률이 높았다. 노령의 신체적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수술 임플란트 등으로 합병증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수술법과 수술의 목적도 지금과 달랐다. 김 교수는 “과거엔 척추에 눌린 신경을 풀어 보행 장애나 하반신 마비, 대소변 장애 등 하지 신경근 증상을 호전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 그렇다 보니 수술을 했음에도 허리 통증은 그대로인 환자도 있었다”고 했다. 또한 “상대적으로 제한된 시야에서 수술을 시행해 증상이 잔존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최근 20년 사이, 척추 수술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수술 기법은 혁신을 가졌다. 최소한의 절개만으로 수술을 시행하는 ‘최소 침습 수술’ 기법이 대표적이다.
최소 침습 수술 기법 중 하나인 ‘사측방유합술’은 옆구리에 작은 절개를 내고 척추를 고정시키는 수술이다. 필요한 부분만 절개하기 때문에 근육 및 인대 손상, 수술 주변 관절 손상 등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흉터도 작게 남는다. 환자의 신체 부담은 줄고 회복이 빨라졌다.
‘양방향 내시경 수술’도 최근 각광받는 기법이다. 양방향 내시경 수술은 두 지점을 절개한 후 한쪽에는 카메라를, 한쪽은 수술기구를 삽입해 깨끗한 시야를 확보한 상태에서 집도한다. 기존 절개 수술이나 현미경 수술에서는 관찰이 불가능했던 각도까지 눈으로 직접 살펴 수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고령 환자의 부담이 적다. 김 교수는 “수술 중 생리식염수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세척하기 때문에 출혈량이 적다”며 “덕분에 고령 환자에서도 신체 부담이 월등히 적으며 수술 부위의 감염 가능성도 낮아 비교적 빠른 일상 복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과거 척추 수술을 받으면 3~5일 정도 침상에서 안정을 취해야 했다”면서 “내시경 수술을 받은 환자는 빠르면 당일, 보통 하루 정도 안정을 취한 뒤 움직일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양방향 내시경’이 모든 환자에게 최선의 수술법이 될 순 없다. 김 교수는 “양방향 내시경은 대부분의 척추 질환에 적용할 수 있지만, 중추신경이나 척수신경을 압박하는 환자의 경우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오히려 기존에 시행하던 절개 수술이 합병증 발생 위험이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신 기술이 모든 환자에게 적절한 수술법은 아니다”라며 “환자의 전신 상태와 동반 질환, 치료·수술 이력, 척추 불안정성 여부, 골다공증 및 골질 상태 등을 고려해 환자에게 적합한 수술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주사 치료, 약물 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해보는 것이 맞지만, 비수술적 치료에만 매달리다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이어 “비수술적 치료를 시행했음에도 증상의 호전이 더디고, 근력이 감소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보는 것을 권한다”면서 “최근 수술 기술의 발전으로 척추내시경 수술 등 다양한 기법이 개발되면서 좋은 결과가 보고되고 있는 만큼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 의료진과 상의해 적기에 적극적으로 치료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