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소세포폐암을 적응증으로 한 3세대 폐암 표적항암제들이 앞 다퉈 의미 있는 임상시험 결과를 내보이고 있다. 특히 병용요법을 통해 암이 진행되지 않으면서 생존 기간을 늘린 ‘무진행 생존기간’ 지표를 개선해 주목된다.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11일 세계폐암학회 국제학술회의(IASLC 2023 WCLC)에서 3세대 표적항암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의 임상 3상 연구(FLAURA2)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변이(EGFR)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타그리소 단독 치료 대비 항암화학 병용요법이 무진행 생존기간(PFS)을 8.8개월 연장시켰다. 병용요법이 질환의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8% 감소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임상의 연구 책임자인 미국 다나파버 암연구소 파시 안느 박사는 “전 세계 표준요법으로 자리 잡은 타그리소 단독요법에서 확인된 우수한 치료 효과를 바탕으로 항암화학요법을 추가한 결과,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의 질병 진행까지의 시간을 약 9개월 연장했다"고 말했다.
유한양행도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자체 개발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와 미국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의 이중항체 폐암 치료제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그리고 항암화학요법을 병용한 임상 3상(MARIPOSA) 결과를 WCLC를 통해 공개한다.
임상시험은 존슨앤드존슨이 주도했으며, 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657명 중 1차 약제로 타그리소를 복용했다가 내성이 발생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타그리소에 내성이 있는 환자가 렉라자와 리브리반트를 병용했을 때 화학항암제만을 단독 사용한 대조군 대비 PFS가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재 EGFR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에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국제 표준으로 쓰이지만, 타그리소 처방 이후 내성이 발생한 환자는 마땅한 약이 없다”면서 “유한양행은 이번 연구 발표를 통해 미국 진출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학술회의에서 발표되는 임상 결과에 따라 국내외 폐암치료제 시장에도 적지 않은 인식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렉라자가 언제 시장에 본격 진입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