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초음파기기 사용 관련 파기환송심을 앞두고 의료계 직역 간 갈등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는 11일 협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의사들의 초음파기기 사용이 진단의 보조적 수단이라는 모호한 표현이 아닌 직접적 사용을 금한다는 판결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법원에 따르면 한의사 A씨는 부인과 환자를 진료하면서 지난 2010년 3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약 2년간 68회에 걸쳐 초음파진단기기를 사용했다. 그러나 환자의 자궁내막암을 제때 진단하지 못해 형사 고발됐다.
당시 대법원은 초음파 진단기기인 범용초음파영상진단장치는 위해성이 낮으며, 현재 한의과 대학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 기초 교육이 보강됐다는 점 등의 이유를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12월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초음파진단기기를 사용해 의료법 위반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해 8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 한의사 초음파 사용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은 오는 14일 열릴 예정이다.
의협은 한의사가 초음파기기를 사용해 환자 진료를 볼 경우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홍순철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내막암의 경우 골반초음파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보일 때 자궁내막조직검사로 확진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2년이 넘는 진료 기간 동안 한 번도 이를 시행하지 않은 것은 초음파 검사를 제대로 수행하고 판독하는 능력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초음파 자체가 환자에게 유해한지 아니면 무해한지의 잘못된 논쟁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초음파 검사는 검사를 통해 얻어지는 흑백사진이나 컬러영상을 분석하고 이를 해석하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를 수행하지 못하면 환자에게 결정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황성일 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초음파 검사의 자궁내막암 진단 민감도는 문헌상 약 90%로 알려져 있다”며 “정상적인 의사가 68회의 독립 시행에서도 이를 찾아내지 못하는 확률은 사실상 0%”라고 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충분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현대 의과 의료기기 사용은 보건위생상 중대한 문제를 발생시키고 환자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므로 이번 만큼은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반면 한의사들은 대법원 판결이 정당하다며 반발했다. 특히 양의사들보다 한의사의 오진율이 낮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의해 한의사의 초음파진단기기 사용은 합법이라는 정의롭고 당연한 판결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양의사협회가 파기환송심을 3일 앞둔 시점에 기자회견을 개최해 사법부의 권한을 침해하고 기만하며, 국민의 뜻에 반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2022년도 의료분쟁 조정·중재 통계연보’에 따르면 오진으로 인한 의료분쟁조정신청 중 오진으로 인한 신청이 158건이었으며 그 중 양의계 오진이 153건(96.8%)으로 한의계의 1건(0.6%)보다 161배가 많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양의계는 한의사의 오진에 대해 걱정할 것이 아니라, 양의계의 오진 실태에 대한 관심과 해결방안 모색에 집중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길일 것”이라며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제시한 한의사의 초음파진단기기 사용에 대한 판단을 존중하며, 파기환송심에서도 정의롭고 당연한 판결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