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뚱바·삼각커피우유…독특한 용기의 역사

코카콜라·뚱바·삼각커피우유…독특한 용기의 역사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정부 우유 장려책으로 탄생
서울우유협동조합 삼각 커피우유, 유리병 대체재로
전문가들 "시대 상황과 맞물려 디자인 만들어져"

기사승인 2023-09-12 06:00:35
사진=각 사 제공

음료업계엔 유독 독특한 패키지로 눈길을 끄는 제품들이 많다. 글로벌 제품으로는 코카콜라가, 국내 제품으로는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와 서울우유협동조합의 ‘삼각 커피우유’가 그러하다. 업계는 이같은 패키지 디자인은 과거 70년대 시대 상황과 맞물려 크게 성장했다고 설명한다. 이후 다양한 식품들이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현재는 패키지 디자인보다 제품의 로고 등 시각 디자인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독특한 패키지의 시작은?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15년 코카콜라 본사는 상표를 등록한 이후 유사 제품과 자사 제품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위한 병 디자인을 공모했다. 이 때 공모전 1위를 차지한 팀의 아이디어에서 지금의 병 모양이 나왔다. 해당 팀은 코카의 의미를 사전으로 찾다가 우연히 찾은 카카오 열매에서 영감을 얻어 이를 바탕으로 코카콜라 병을 디자인 했다. 이 곡선 디자인은 코카콜라의 디자인적인 일관성을 유지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무엇보다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코카콜라를 상징하는 디자인으로 널리 인식되고 있다. 

국내에도 독특한 패키지 디자인으로 인기를 끄는 제품이 있다. 가장 대표적으론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다.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의 시작은 19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0년대 초반 정부가 우유 소비를 적극 장려했지만 국민들이 흰우유에 대해 정서적, 신체적으로 거부반응을 나타내며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할 때였다. 이에 바나나맛 우유는 당시 고급과일이던 바나나를 이용해 맛과 영양을 담았다.

1974년 제품 출시 당시 개발팀은 바나나 우유를 담을 용기를 구상하면서 기존 시중에 보편화됐던 유리병이나 비닐 팩과 차별화할 수 있는 외형을 고민했다. 한국인에게 친숙한 디자인을 구상하다가 우연히 찾은 도자기 박람회에서 전통 달항아리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 이 용기는 49년간 외형을 유지하며 소비자에게 각인됐다. 2016년에는 바나나맛우유 용기 모양이 상표권으로 등록됐다.

같은 70년대초에 등장한 제품은 또 있다. 바로 ‘삼각 커피우유’로도 불리는 서울우유협동조합의 ‘커피포리 200’이다. 1974년에 출시된 해당 제품은 실용성을 위해 고안됐다. 우유는 1960년대까지 유리병에 담겨 판매됐지만 유통 과정에서 잘 깨지고 제작비용 또한 높다는 단점이 있었다. 또 회수 후 세척 하고 소독하는 과정까지 번거로움이 많았다. 이에 서울우유는 1972년 폴리에틸렌 재질의 삼각 포장용기를 고안했고 2년 후인 1974년 커피포리에 이를 적용했다.

“70년대 시대상황과 엮여 개발”

전문가들은 수십 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유통기업들의 경우 시대의 상황에 따라 독특한 패키지 디자인이 생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용기는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따로 제조한 다음 이 두 부분을 고속 회전시켜 발생하는 마찰열을 이용해서 접합한다”며 “당시 한국엔 이 기술이 없어 독일에서 비싼 접합 장비를 들여와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독일의 설비 제조사가 사라져 전 세계에서 이런 방식으로 용기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빙그레 뿐”이라며 “기술 자체는 다 공개돼 기계를 만들 수는 있지만 효율 문제 때문에 중국과 같은 타사에서 굳이 개발을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70년대 이후 정치적 상황과 함께 다양한 먹거리 기업들이 성장하게 되면서 독특한 디자인의 제품들이 많이 생겨났다”며 “당시엔 프린팅되는 그래픽 시각 디자인보다 제품 자체에서 오는 패키지 디자인이 인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모든 게 처음인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선 먼저 시각적인 요건이 뒷받침 되었어야 했고 기업들은 이를 위해 실루엣만 보고도 해당 제품을 파악할 수 있는 제품들을 개발했다”며 “먹거리 전성시대인 오늘날의 제품 디자인은 대부분 그래픽이나 문자 디자인으로 이뤄진다. 패키지 디자인은 투자 대비 효과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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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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