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퇴를 고민해야 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이어진 학교폭력. 여러번 자살과 자해를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교내 위클래스 상담 선생님과 생활부장 선생님 덕분에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폭력은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학교폭력 피해자 김수연씨)
학교폭력 해결을 교사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학교와 국가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교사의 도움을 바라도, 외부 개입과 교권 침해 등 문제가 생길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학교폭력 피해자에겐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푸른나무재단이 지난해 12월19일부터 지난 2월28일까지 전국 초·중·고교생 7242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결과, 가장 많은 응답자(18%)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주변 어른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실제 교사와 학교의 도움을 받은 경우 학교폭력 피해 회복도 빨랐다. 학교폭력을 극복한 65.5%의 피해 학생들은 부모님 도움(19.6%), 학교 선생님 도움(17.6%)의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정작 현장 교사들은 학교폭력 업무를 맡고 싶지 않아 한다. 학교폭력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교사 A씨는 푸른나무재단에 “절차상 하자로 꼬투리를 잡아 소송을 건다”라며 “민사 소송이 진행되는 평균 3년간 계속 조사를 받아야 한다. 업무 처리가 힘든 게 아니라 맡기가 싫다”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김모씨는 학교폭력 사건 종결 2년 뒤 학생한테 고발당했다. 김씨는 “이미 학교를 졸업한 학생이 허위공문서 작성로 고발했다. 난 담임도 아닌 단순 업무 담당자였다”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혐의없음 결과를 받았으나 고소 이후 받은 고통으로 휴직한 끝에 결국 지난달 31일 퇴직을 신청했다.
결국 학교폭력 업무는 초임 교사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지만, 초임 교사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김수연(24‧가명)씨는 “학교폭력이 시작된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해결되지 않았고 지금 생각해 보면 해결을 못 한 것”이라 말했다. 그는 “선생님이 가해자들에게 맞는 일이 생길 정도로 사건이 심각해졌다”라며 “가해자들은 선생님이 초임인 것을 알고 무시했고 피해가 더 커졌다”라고 밝혔다.
학교폭력 피해자들은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피해 학생 중 38.8%가 자살이나 자해 충동을 경험했을 정도로, 학교폭력의 고통은 견디기 어려운 수준이다. 폭력에서 벗어나도, 성인이 돼도 트라우마가 남는 등 고통이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교폭력 피해자 김수연씨도 성인이 되어서도 과거에 살고 있다. 김씨는 “정신과 약물치료와 심리상담 치료를 병행하고 있지만 완전히 회복했다고 말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일상회복을 도우려면, 교사 한 명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팀 단위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최선희 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장은 “현재 제도가 가진 구조에서 교사는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책임은 있으나 권한은 미비하다”라며 “최근 서로 의견이 대립하는 사건이 많아지며 책임교사와 담임교사 혼자 대응하기 어려운 수준”이라 지적했다. 최 상담본부장은 “학교폭력 대응을 도울 수 있는 팀 접근법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라며 “학교 안의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전문가 배치를 통해 팀 단위로 해결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학교폭력 관련 전문교육 확대 필요성도 언급했다. 최 상담본부장은 “학교폭력 양상의 변화가 매우 빠르고 다양해 갓 부임한 초임 교사가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다”라며 “전문 교육과정을 의무화해 사례 중심으로 현장 대응력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피해 학생을 보호할 전문 기관도 늘어나야 한다. 최선희 상담본부장은 “정부가 국가수준의 피해학생 지원기관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한 개의 기관으로는 그 역할을 다 할 수 없다”라며 “‘학교폭력 피해학생 전문 지원기관’의 확충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