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 증여, 소멸시효 지나도 유류분소송 가능한 경우 있다

제3자 증여, 소멸시효 지나도 유류분소송 가능한 경우 있다

원칙적으로 제3자 증여는 증여 시점에 의해 소멸시효 적용
가족 간 이뤄진 제3자 증여라면 일반적인 소멸시효 적용될 가능성 커
기관, 단체의 기부 증여 경우 소멸시효 뒤집을 고의성 판단 어려워
글‧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

기사승인 2023-09-18 10:08:29

“과거 아버지께서 나머지 자녀들의 반발을 의식해 큰형 대신 큰형의 형수에게만 모든 재산 증여하셨습니다. 문제는 이후 큰형 부부에게 유류분을 요구하자 소멸시효가 지났다며 맞서는 겁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건 1년이 안 됐는데 황당하기만 합니다.”

아버지가 제3자에게 재산을 증여할 경우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는 소멸시효를 두고 혼란을 겪는 유류분권자들이 적지 않다. 제3자 증여는 일반적인 유류분 소멸시효와 다르지만, 재산을 증여받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일반적인 소멸시효와 같을 수 있다.

유류분 분쟁에서 제3자 증여의 소멸시효는 당사자 간 첨예한 대립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일반적인 유류분 소멸시효와 달리 아버지의 사망 시점보다는 증여 시점이 기준으로 판단되기에 유류분권자가 유류분을 청구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여를 받는 제3자가 가족이나 인척(자녀의 배우자 혹은 배우자의 가족)이라면 일반적인 유류분 소멸시효가 적용돼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이 가능한 경우가 있다.

‘유류분제도’란 법이 정한 최소 상속금액을 말한다. 형제가 두 명만 있는 경우 원래 받을 상속금액의 절반이 유류분이다. 아버지가 남긴 재산이 총 2억일 때 상속금액은 각각 1억 원씩이고 유류분 계산으로는 그 절반인 5,000만 원씩이다.

‘유류분청구소송’은 돌아가신 분 유언에 따라 모든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자를 상대로 나머지 상속자들이 유류분권리를 주장하는 소송이다.

민법에서 규정한 제3자 증여란 1순위 상속인이 아닌 후순위 상속인이나 혈육 관계가 아닌 3자에게 재산을 증여한 경우를 말한다. 증여는 피상속인(돌아가신 분)의 자유로운 재산권 행사기 때문에 1순위 상속인이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할 수 있다.

다만 피상속인의 제3자 증여로 인해 본래 재산을 받아야 할 1순위 상속인의 재산권이 침해받았기 때문에 제3자를 대상으로 1순위 상속인들이 유류분을 청구할 권리 역시 존재한다.

문제는 제3자 증여와 일반적인 증여는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는 소멸시효가 다르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유류분 소멸시효는 특정 상속인이 재산을 언제 증여했는지가 중요하지 않고 오로지 아버지의 사망일로부터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반면 제3자 증여는 증여 시점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1년을 벗어난 과거의 시점이라면 1순위 상속인이라도 해도 소멸시효에 의해 유류분을 청구할 수 없다.

하지만 제3자 증여에 대한 소멸시효가 지났더라도 대부분 일반적인 유류분 소멸시효를 적용받는 경우가 많다. 법률에서는 제3자가 자신에게 이뤄진 재산 증여로 인해 1순위 상속인의 재산권이 침해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일반적인 유류분 소멸시효를 적용받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생판 모르는 남보다는 결국 가족 내에서 이뤄지는 제3자 증여 사례가 대부분이다. 가까운 친인척이기에 증여를 받은 당사자는 1순위 상속인의 상속권에 침해가 생긴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가족 간 이뤄진 제3자 증여 사례에서는 증여를 받은 시점보다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1년이 넘지 않았다면 유류분 청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아버지께서 자신의 재산을 가족이나 인척이 아닌 기관이나 단체에 기부형식으로 증여를 했다면 유류분 소멸시효가 어떻게 적용될까.

이 경우 법적 다툼의 여지는 있겠지만, 기관이나 단체는 기부자의 가정사를 모르는 것으로 봐야 하기에 제3자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서로 사정을 잘 아는 가족 간 제3자 증여라면 법적인 판단이 쉽겠지만, 기부 단체나 기관은 기부자의 상속인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상속권 침해의 고의성을 판단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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