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잠실 돔구장 계획을 발표하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부럽지 않은 최신식의 야구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잠실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잠실 돔구장이 지어질 동안 사용해야 하는 홈구장이 제대로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18일 “잠실에 돔구장을 포함해 세계적 수준의 ‘스포츠·마이스(MICE) 복합단지’와 함께 한강과 연계한 수변생태문화공간을 조성한다”고 전했다.
서울시의 발표에 따르면 서울 잠실야구장을 허물고 그 자리에 폐쇄형 구조의 돔구장을 짓는다. 건설 기간은 2025년 프로야구 시즌이 끝난 뒤인 2026년 상반기이며, 2032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건설비는 약 5000억원 수준으로 우선협상대상자인 ㈜서울스마트마이스파크(가칭·주간사 ㈜한화)가 사업을 맡을 예정이다. 경기장은 국제경기 유치가 가능한 3만석 이상으로 지어지며 호텔, 레스토랑 등 다양한 부대 시설이 마련된다.
현재 한국에 돔구장은 키움 히어로즈가 쓰고 있는 고척스카이돔이 전부다. SSG 랜더스를 보유하고 있는 신세계그룹(SSG)가 2028년을 완공을 목표로, 인천 청라에 돔구장을 짓고 있다. 잠실 돔구장이 예정대로 지어진다면 한국에선 3번째 돔구장이 된다.
잠실 돔구장은 야구계의 숙원과도 같았다. 잠실야구장은 1982년 개장해 40년 째 사용되고 있는 구식 경기장이다. 특히 돔 형태로 건립돼 우천과 폭염 등 악천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 운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잠실야구장을 쓰고 있는 LG와 두산 구단은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돔구장이 지어질 동안 대체할 홈 경기장에 대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한국야구위원회(KBO), 두산, LG 구단은 신축 돔구장을 짓는 동안 잠실야구장 옆에 있는 잠실 주경기장을 야구장으로 리모델링해 사용하는 것으로 임시 홈 경기장 대안을 세웠다.
하지만 서울시 측은 안전상의 이유로 난색을 보이면서 해당 방안은 어렵게 됐다. 서울시 측은 “주변 공사가 진행되면 대체 구장으로 가는 길은 거의 다 차단되고 9회선 봉은사 쪽 5m 안팎 동선만 남게 되는데 그곳으로 인파가 오가면 사고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KBO와 LG, 두산 구단은 잠실종합운동장역 쪽 통로를 확보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서울시는 통로를 만드는 것이 어려울 뿐 아니라 1년에 가까운 공사 지연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해당 제안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한 구단이 키움과 함께 고척돔을 사용하고, 다른 한 구단이 목동야구장을 사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게 많은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고척돔은 관중석이 1만6000석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돔구장이다. 라커룸을 비롯한 구장 내 내부 시설을 확장하기 어려워 두 팀이 홈 구장으로 쓰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 큰 문제는 목동야구장에 있다. 목동야구장은 조명과 소음 문제로 야간 경기를 안 치른 지 오래다. 당장 목동구장에서 프로야구 경기를 재개한다고 하면 인근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목동 야구장에서 펼쳐지는 각종 고교 대회는 평소 오전부터 오후에만 경기가 열린다.
최악의 경우 LG와 두산이 서울 인근 지역인 인천이나 수원에서 ‘셋방 살이’를 해야 할 수 있다. 하지만 구단들의 정체성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으며, 구단 관중 수입에도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 무엇보다 LG와 두산을 응원하는 팬들이 홈 구단 응원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야 하는 촌극이 빚어질 수도 있다.
일단 LG, 두산 구단과 KBO와 합동 테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대응하기로 했다. KBO 관계자는 “두 구단이 공사 기간 잠실주경기장을 리모델링해 임시 구장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희망하고 있다”며 “해당 방안이 관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