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 전쟁, 중국 의존 낮추고 기술 확보 우선” [2023 쿠키뉴스 산업포럼]

“미중 패권 전쟁, 중국 의존 낮추고 기술 확보 우선” [2023 쿠키뉴스 산업포럼]

미중 패권 경쟁 속 한국 산업의 과제
기술 우위 확보와 대중 의존도 감소 필요
기울어진 배터리와 게임 산업의 정상화
중국 소비시장 공략 위한 중국형 인재 육성

기사승인 2023-09-21 16:57:36
박기순 덴톤스 리 법률사무소 상임고문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컨벤션홀에서 열린 2023 쿠키뉴스 산업 포럼에서 '미중 패권경쟁과 한국산업의 과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한국 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으로는 기술 우위 확보와 배터리 등 중국 의존도 감소가 꼽힌다. 또 배터리와 게임 산업 분야에서는 중국 측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여전히 큰 중국 소비시장 공략을 위한 중국향(向) 인재를 국가와 기업 차원에서 육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기순 덴톤스 리 법률사무소 상임고문은 21일 여의도 국민일보 컨벤션홀에서 진행된 ‘2023 쿠키뉴스 산업포럼’에서 미중 패권 경쟁 속 한국 산업의 과제로 이와 같이 밝혔다. 미중 갈등은 중국의 ‘국가주도 경제시스템’이 부상하면서 시작됐다. 박 상임고문은 “현재 중국의 성장에 날개를 달아준 건 지난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에서 시작됐다고 본다”며 “당시 미국은 가입여건이 되지 않았던 중국을 가입시켰고, 중국은 이를 통해 발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세계 경제를 구한 것이 중국이라고도 보는 시각이 많다”며 “당시 중국은 경기부양 조치로 4조 위안을 풀었고 기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워싱턴 컨센서스에서 베이징 컨센서스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2012년 집권한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3년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을 만나 ‘신형대국관계’를 제안했다.

2015년 6월 중국은 ‘중국제조2025’를 선언한다. 중국제조2025는 중국은 2020년까지 부품 국산화율을 40%가량으로 높이기로 하고, 해마다 제조업 수준 목표치를 지정하고 있다. 2025년까지 한국과 프랑스를 따라잡은 뒤, 오는 2035년까지 일본과 독일 수준의 제조업 강국 수준을 달성하고 2049년에는 미국을 넘어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국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상황이 급변하자 미국은 이를 ‘중국의 경제적 침략’으로 규정하고 관련 규제를 시작한다. 2015년부터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봉쇄하기 시작하고 2021년 ‘외국인 투자 위험 심사 현대화법’(FIRRMA)을 제정한다. 첨단기술·핵심 기반기술 분야에서 중국기업을 비롯한 외국인 투자의 증가를 미국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인식으로 규정한 것이다.

양국 간의 갈등은 경제안보 강화 차원에서 산업정책 경쟁으로 이어졌다. 미국은 미국 중심 공급망 구축을 목적으로 △인프라 개선과 일자리 창출 △반도체와 과학기술 R&D 지원 △인플레이션 감축 △무역·금융 등 중국의 대응 법 제정 등을 하고 있다. 중국도 이에 대응해 무역과 금융 차원의 법 제정을 이어갔다.

박 고문은 “현재 중국은 ‘룰 세터’를 원한다. AI, 빅데이터 등 신분야에서 글로벌 기술표준이 형성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를 넘어설 기회로 보고 ‘글로벌 규칙·표준’을 주도하려는 국가차원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이같은 미중 패권전쟁은 수십 년 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임형택 기자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산업의 과제로 박기순 상임고문은 크게 6가지를 꼽았다. 각각 △기술 우위 확보 △배터리 산업 등 대중 의존도 감소 △기울어진 배터리와 게임 산업의 정상화 △ALTASIA 부상과 FDI 유치 △통상강국, ICT/인터넷 강국으로써 신 경제통상 질서에 적극 대응 △중국 소비시장 공략 위한 중국형 인재 육성 등이다.


우선 박 고문은 기술 우위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중 간 충돌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중국이 한국 기술을 빠르게 추격하면서 결국 부딪힘이 있었을 거라 본다. 최근 무역수지 악화는 대중국 수출 감소에 기인하고 있다”며 “중국의 수출 감소보다 한국의 대중 수출 감소가 크다. 이를 막기 위해선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배터리 산업 등 대중 의존도를 감소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소부장의 중국 의존도가 상승하면서 과도한 중국 의존으로 한국의 공급망 안전에 불안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 고문은 “배터리는 ‘빛 좋은 개살구’로 볼 수도 있다”며 “올해 상반기 양극재 58억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대중국 원료 적자가 51억달러다. 결국 7억달러 수준밖에 얻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배터리와 게임 산업 분야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은 자국 배터리가 적용된 전기차에만 보조금 지급하고 있지만 한국은 모든 전기차에 한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우린 못 받으면서 주는 정책인 셈”이라며 “현재 국내 중국산 전기버스 시장점유율은 44%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게임업체들은 중국 내 판호를 받지 못해 중국 시장 접근 봉쇄되고 있는 반면 중국은 한국에서 활발한 M&A와 게임판매 등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고문은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적 아시아 공급망(ALTASIA) 부상을 기회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탈중국 통해 공급망 이전되는데 이득 보는 나라들이 아시아 국가다. 알타시아 국가의 부상과 FDI 유치를 적극적으로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통상강국으로써 디지털 쪽에서 CPTPP, IPEF 등을 통한 디지털 통상 강화를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소비시장 공략을 위한 중국향(向) 인재를 육성해야 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박 고문은 “현재 중국 외교부 쪽이나 기업들에는 중국 인재가 없다”며 “공급망 차원에서 탈중국일 뿐 중국 소비시장은 여전히 크고 이를 공략할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무역 수지 흑자의 90% 이상이 대중 흑자였다. 중국 내 공장 동남아 이전추세와 맞물려 중간재로 인한 흑자요인이 소멸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대중 수출액 중 소비재는 10% 이하”라고 덧붙였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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