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로 키워준다는 제안, 알고 보니 다단계 영업 [쿠키청년기자단]

인플루언서로 키워준다는 제안, 알고 보니 다단계 영업 [쿠키청년기자단]

기사승인 2023-09-25 06:00:39
블로그 댓글을 통한 다단계 홍보 및 시작 권유가 늘어나고 있다. 픽사베이

블로그 댓글을 통한 다단계 홍보 및 시작 권유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SNS를 통한 리뷰, 협찬 문화에 익숙한 젊은 층을 노린 접근에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청년세대엔 블로그 붐이 일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인기에 밀렸던 블로그가 기록의 수단으로 다시 유행한 것이다. 긴 호흡의 글을 쓸 수 있고, 여러 장의 사진을 게재할 수 있는 점 등이 장점이 됐다.

네이버가 발표한 ‘2022 네이버 블로그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네이버 블로그의 전체 이용자 수는 3200만명이었다. 모든 연령대에서 신규 가입자가 늘었다. 특히 신규 가입자 전체의 76%가 10대와 20대, 30대였다.

평범한 직장인인 정승현(26·여)씨도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정씨는 어느 날 자신의 블로그에 비밀댓글이 달렸다는 알림을 받았다. ‘블로그 느낌이 좋다’며 일반인 크리에이터를 거쳐 인플루언서가 될 때까지 정씨를 키워주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블로그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게시 글도 몇 개 없던 상황에서 이런 댓글이 달려 신기했다고 정씨는 말했다. 블로그 활동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혹한 정씨는 댓글 작성자 A씨에게 연락했다. A씨는 메신저를 통해 정씨에게 여러 자료를 보여줬다. 그러면서 돈을 쉽게 벌 방법이라는 일을 제안했다. A씨가 소개하는 회사의 제품 사용 후기를 블로그에 꾸준히 쓰는 것이었다.

A씨는 정씨에게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일이라며 다단계를 권유했다. 정씨 제공

그러나 글을 쓴다고 돈을 벌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정씨가 블로그에 소개한 제품을 누군가 구매하면 수수료를 받는 구조였다. 이 대화에서 A씨는 퍼스널 브랜딩을 통한 인플루언서로의 성장, 네트워크 마케팅 등의 말을 계속했다. A씨가 홍보를 제안한 제품들은 모두 한 다단계 회사의 제품이었다.

A씨는 정씨에게 “비용이 들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으나, 이 내용도 거짓말이었다. 정씨가 협찬 제품 수령 방법을 묻자 “어차피 비타민, 화장품 등은 평소 돈 주고 사용하는 생필품 아니냐”며 구매 후 사용을 유도했다. A씨가 정씨에게 보여준 물품 중엔 159만원을 호가하는 제품도 있었다.

정씨는 “처음엔 혹했지만, 얘기를 들을수록 이상한 점이 많다고 느껴 대화를 중단했다”라고 말했다. 정씨의 블로그에 같은 내용의 댓글을 단 사람은 A씨 말고도 많았다. 기자가 비슷한 댓글을 단 B씨에게 연락해 봤다. B씨 역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며 다단계 영업을 소개했다.

이런 경험을 한 블로그 운영자는 정씨 뿐만이 아니다. 실제 블로그 운영자들 사이에서 댓글을 통한 다단계 영업을 주의해야 한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블로그 다단계’, ‘블로그 다단계 댓글 주의’ 등의 키워드를 검색해 봤다. 최근 3개월 안에 해당 내용의 글을 적은 블로그 게시물은 20개가 넘었다.

익명을 요구한 블로그 리뷰어 관리 업체 관계자는 “블로그 리뷰 및 협찬을 관리하는 회사들은 방문자 수, 게시글 수 등 객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다”며 “느낌이 좋다, 큰돈을 벌게 해주겠다 등의 말로 시작하는 협찬 제안은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주아 쿠키청년기자 londonjamong@naver.com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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