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방위대급 실력 뽐낸 LoL 국가대표팀을 알아보자 [아시안게임]

지구방위대급 실력 뽐낸 LoL 국가대표팀을 알아보자 [아시안게임]

기사승인 2023-09-30 07:23:41
금메달을 목에 건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LoL)’ 국가대표팀. 연합뉴스

금메달을 목에 건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LoL)’ 국가대표팀을 향해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은 29일 오후 8시(한국시간) 중국 항저우 항저우e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LoL 종목 결승에서 대만을 상대해 세트 스코어 2대 0으로 완승, 금메달을 확정했다.

한국 LoL 대표팀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무패 행진을 이어나갔다. 조별리그에서 홍콩과 카자흐스탄을 순서대로 무너뜨리며 A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8강에서는 ‘로드 투 아시안게임’ 서아시아 권역 1위를 차지한 사우디아라비아를, 4강에서는 ‘최대 라이벌’으로 꼽히는 중국을 각각 2대 0으로 격퇴했다. 결승전에서도 ‘다크호스’로 꼽히는 대만을 상대로 2대 0 완승을 거뒀다.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대표팀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트 무실점 전승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한국 선수들은 LoL e스포츠에서 절대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LoL을 잘 접하지 못한 ‘논 게이머’ 입장에서는 국가대표 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쉬이 알기 어렵다. 금메달을 기념해, LoL e스포츠 국가대표 선수들의 프로필을 소개한다.

‘제우스’ 최우제. 연합뉴스

‘제우스’ 최우제
#탑라이너 #T1 #LCK #2004년생
우승 경력: LCK(2022 스프링)

신인답지 않게 넓은 챔피언 폭과 노련한 라인전, 필요할 때마다 해주는 플레이, 상황 판단력과 킬각 계산이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는 정상급 탑솔러다. ‘칼챔’을 잡으면 경기를 캐리하고, ‘탱챔’을 하면 한타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특히 ‘나르’를 사용할 때는 대단한 숙련도의 분노 관리 능력을 보여준다. 시그니처 픽은 전기를 쓰는 챔피언인 ‘제이스’와 ‘케넨’이다. 닉네임도 이에 영향을 받았는지 그리스 신화의 신 제우스에서 따왔다.

최우제는 홍콩전 당시 ‘크산테’를 픽해 탑의 ‘피오라’를 완벽히 봉쇄하며 라인전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갔다. 또한 ‘순간이동’을 이용한 합류로 무지막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한타가 발생하면 환상적인 궁극기 활용으로 상대의 공격을 막고 바텀 라이너들이 딜링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중국전에서는 ‘잭스’를 픽해 상대 ‘레넥톤’을 솔킬내는 등 사이드에서 찍어눌렀다. 덕분에 정지훈은 ‘탈리야’의 궁극기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중국은 사이드 푸시도 안되고 탈리야의 순간적인 합류도 막지 못하는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최우제는 한타 상황에서도 류민석이 이니시를 건 이후 매우 적절한 타이밍에 상대 진영으로 진입, 광역 스턴을 넣는 등 활약했다.

‘카나비’ 서진혁. 연합뉴스

‘카나비’ 서진혁
#정글러 #징동게이밍 #LPL #2000년생
우승 경력: LPL(2020 스프링, 2022 서머, 2023 스프링, 2023 서머), MSI(2023)

공격적인 ‘갱킹’으로 킬을 쌓거나, 정글 ‘풀캠프’를 돌며 성장하다가 한타가 이뤄질 시점부터는 게임을 캐리해버리는 완전체형 정글러다. 빈틈없는 동선설계와 압도적인 정글링, 탁월한 교전 능력으로 입소문이 나 있다. 최근에는 ‘마오카이’와 ‘바이’, ‘세주아니’같이 한타에서 밸류가 높은 챔피언을 주로 픽하고 있다. 평가전에서는 ‘카직스’와 ‘니달리’ 같은 공격적인 픽을 통해 경기를 부숴버리는 면모를 보여줬다.

서진혁은 홍콩전 상대 정글의 갱을 원천 차단하고 몇 수 앞서는 정글 동선을 설계해 화제가 됐다. 게임 중반 이후부터는 류민석와 함께 상대를 압박하고 다니며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멋진 이니시로 한타를 승리로 이끌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는 지속적인 카운터 정글링과 더불어 역갱 시도로 상대 정글러를 옴싹달싹 못하게 만들었다. 전 라인을 박살낸 서진혁은 무서운 속도로 스노우볼을 굴렸고, 넥서스가 파괴될 시점 14000골드 차이를 만든다. 또한 작정한 듯 니달리를 픽한 뒤 12분만에 ‘메자이의 영혼약탈자’ 25스택(최대치)을 채우고 협곡을 종횡무진하며 킬을 쓸어담기도 했다.

중국전에서는 바텀 라이너들에게 힘을 실어주며 박재혁의 카이사가 킬을 몰아먹을 수 있게 만들었다. 이후 박재혁과 상대 전력의 핵심인 ‘르블랑’을 합세해 잡아내며 한타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당시 한국은 타워를 하나도 못 민 채로 3용까지 내주는 등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서진혁이 바론 버스트 시도와 르블랑 마크 등을 훌륭히 해내면서 한국은 1세트를 가져올 수 있었다.

대만전에서는 초반에 ‘렐’로 탑 라인을 기습한 플레이가 돋보였다. 최우제가 상대 ‘신지드’를 상대로 라인전을 승리하게 만들었고, 이는 승리의 초석이 됐다. 해당 갱으로 신지드는 게임에서 어떤 역할도 수행하지 못하게 됐고, 픽의 이유 역시 증명하지 못했다.

‘쵸비’ 정지훈. 연합뉴스


‘쵸비’ 정지훈
#미드라이너 #젠지 #LCK #2001년생
우승 경력: CK(2018 스프링), KeSPA Cup(2018), LR(2019), LCK(2022 서머, 2023 스프링, 2023 서머)

데뷔 이후 한 번도 빠짐 없이 ‘All-Pro Team’에 선정되고 5년 연속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 진출할 정도로 ‘LoL 챔피언십 코리아(LCK)’에서 최고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다. 뛰어난 피지컬, 압도적 성장 능력을 바탕으로 ‘하이퍼 캐리형 미드’라고도 불린다. 시그니처 픽은 ‘사일러스’와 ‘요네’ 등 셀 수 없이 많다. 과거 “프로게이머 중 롤 모델로 삼는 선수가 있냐”는 질문에 “없다. 저는 저로서 살아가려고 한다”고 답해 화제가 됐다.

정지훈은 홍콩전에서 ‘아지르’를 픽해 압도적인 라인전 기량을 뽐내며 상대 ‘제이스’가 타워에 박혀 움직일 엄두를 내지도 못하게 했다. 그는 라인전에서의 우위를 이용해 바텀 라인전 승리에 기여하기도 했다.

중국전에서도 아지르를 픽해 상대 ‘르블랑’의 발을 묶었다. 13.12 패치의 르블랑은 한 번의 평타로 원거리 미니언을 몰살시킬 수 있어 운영과 딜링 측면에서 ‘사기 챔피언’으로 악명이 높았다. 중국은 르블랑을 통해 전 라인에 영향을 행사하며 승리를 가져가고자 했지만 정지훈은 이를 수포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뒤이은 경기에서는 탈리야의 궁극기를 활용해 장벽을 치며 3용을 일방적으로 챙기는 등 활약했다. 라인에 있는 미니언을 정리하러 나온 중국 챔피언들을 장벽을 이용해 계속 끊어내는 플레이도 섬세했다.

대만전에서 정지훈은 상대의 집요한 미드 공략을 대부분 회피했다. 대만은 정지훈의 ‘아리’를 잡는데 턴을 소비했지만 이익을 얻지 못했다. 그 시간 동안 한국 챔피언들은 방해 없이 성장할 수 있게 됐다. 갱을 당하면서도 크립 스코어(CS)를 밀리지 않으며 상대 ‘니코’를 미드에 묶어놓은 것 역시 정지훈의 라인전 영향력을 체감하게 했다. 이후 경기에서도 정지훈은 아지르의 궁극기를 활용해 상대 니코에게 걸린 현상금을 박재혁의 ‘제리’에게 먹여 급성장을 유도하기도 했다. 게임 후반에는 탑에서 1대 5로 고립됐지만 아지르의 패시브를 사용해 포탑을 세우고 굉장히 오래 버티면서 한국 챔피언들이 합류해 킬을 쓸어담을 수 있도록 판을 짜기도 했다.

‘페이커’ 이상혁. 사진=임형택 기자

‘페이커’ 이상혁
#미드라이너 #T1 #LCK #1996년생
우승 경력: 롤드컵(2013, 2015, 2016), MSI(2016, 2017), LCK(2013 서머, 2014 윈터, 2015 스프링, 2015 서머, 2016 스프링, 2017 스프링, 2019 스프링, 2019 서머, 2020 스프링, 2022 스프링), LR(2019)

‘LoL의 메시’라는 별명을 가진 역대 최고의 프로게이머이자 e스포츠 역사상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선수. 2013년 16세의 나이로 T1에서 데뷔한 이래 10년 동안 현역으로 뛰고 있다. 독보적인 우승 기록과 함께 LoL e스포츠 프로게이머 누적 상금 전 세계 1위에 올라 있다. 게임의 메타나 운영 방향, 픽에 따라 자신의 모습을 카멜레온처럼 바꾸며 만능에 가까운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시그니처 픽은 아지르와 ‘라이즈’, ‘오리아나’, 르블랑’, 아리 등이다.

이상혁은 카자흐스탄전 당시 동료들의 라인전 승리에 기반해 게임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한타 때마다 킬을 몰아 먹고, 속된 말로 ‘킬 값’을 하며 게임을 터트리는 데 일조했다. 그는 카자흐스탄전 이외의 경기에는 선발 출전하지 못했지만, 한국 대표팀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든든한 ‘승리의 토템’ 역할을 해줬으리라 팬들은 예상하고 있다.

‘룰러’ 박재혁. 연합뉴스

‘룰러’ 박재혁
#원거리딜러 #징동 #LPL #1998년생
우승 경력: 롤드컵(2017), MSI(2023), LCK(2022 서머), LPL(2023 스프링, 2023 서머)

‘하이퍼 캐리형 원거리 딜러’이자 세계 최고의 원거리 딜러. 현재는 중국 ‘LoL 프로 리그(LPL)’에서 뛰고 있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LCK의 젠지e스포츠에서 프랜차이즈 스타 역할을 했다. LPL에 진출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리그 내 모든 원거리 딜러를 압도했다.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에 밀려 은메달을 획득했지만, 이번 대회 4강전에서는 중국을 상대로 승리하며 그동안의 트라우마가 해소되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앞선 경기들은 원거리 딜러가 활약할 시점이 올 틈도 없이 일찍 끝났다. 그럼에도 박재혁은 늘 압도적인 딜량을 기록해 팬들의 극찬을 받았다. 특히 그는 대만전에서 엄청난 크립 스코어 수급량을 통해 딜량을 뿜어내며 진정한 ‘룰러 엔딩’을 보여줬다.

‘케리아’ 류민석. 연합뉴스

‘케리아’ 류민석
#서포터 #T1 #LCK #2002년생
우승 경력: LCK(2022 스프링)

‘역천괴(역대급 천재 괴물)’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오더 능력과 챔피언 폭, 피지컬 모두 뛰어난 선수. 서포터 포지션으로서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지난 2021 시즌에는 스프링과 서머에서 모두 All-Pro Team 퍼스트에 선정됐다. 2022 시즌에는 서포터 첫 정규시즌 MVP라는 기록까지 세우기에 이른다.

이번 대회에서 류민석은 ‘알리스타’ 그 자체였다. 중국과 대만을 상대로 팀이 힘들 때마다 신들린 이니시를 통해 킬을 아군 챔피언에게 먹였다. 특히 중국전에서 상대를 아군 진영으로 끌어들이거나 용 사냥 때마다 상대 정글러를 밀어내는 센스 플레이가 돋보였다. 수시로 여러 상대 챔피언을 공중에 띄우는 등 상대 딜러진이 활약할 여지를 전혀 남기지 않는 최고의 서포팅을 보여줬다.

차종관 기자 alone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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