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없어 진료 못 해요”…공공의료체계 ‘흔들’

“의사 없어 진료 못 해요”…공공의료체계 ‘흔들’

공공의료기관 5곳 중 1곳, 의사 없어 휴진
국립대병원도 전임교수 못 구해 계약직 의사 모셔
전진한 국장 “의료공공성 회복 위해 국가가 재정 써야”

기사승인 2023-10-05 06:00:21
쿠키뉴스 자료사진

공공의료체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공공 의료기관의 의사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일부 진료과목이 휴진을 하거나 계약직 의사로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전국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1일 기준 공공의료기관 222곳 중 44곳이 의사를 확보하지 못해 67개 진료과가 휴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 거점 공공병원 역할을 수행하는 지방의료원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지방의료원 35곳 중 23곳, 37개 과목이 휴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라북도 남원의료원의 진단검사의학과는 지난 2005년 7월부터 현재까지 18년 동안 최장기간 휴진하고 있다. 2017년 1개, 2018년 4개, 2020년 12개, 2021년 4개, 2022년 16개에 이어 올해 27개 진료과가 휴진을 시작했다. 지역에 따른 의료 편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공 의료기관인 국립대병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전임교수를 구하지 못한 국립대병원들이 그 빈자리를 촉탁의 등 계약직 의사로 채우고 있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실이 전국 10개 국립대병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국립대병원의 촉탁의, 진료의사 등 계약직 의사는 2019년 427명에서 672명으로 57.3%(245명) 급증했다. 이같은 경향은 충북대병원을 제외한 9개 국립대병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의료진 부족으로 인해 의료 공공성도 위태로워졌다. 국립대병원의 계약직 의사는 임상 분야 교수와 달리 연구 실적이 별도로 필요 없고 의대생 교육도 하지 않는다. 단기간 근무하고 병원을 떠나는 계약직 비중이 높아지면 중증·고난도 질환에 대응하기 위한 의료진의 진료·연구 역량을 키우기 어렵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공공병원이 긴축재정에 들어가면 인력부터 줄인다. 의료진의 노동 강도가 높아지니, 의사들이 개원가로 몰리는 악순환이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공공성이 약화되면 환자 안전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국장은 “국가가 재정을 써서 공공병원이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면서 “간호사가 늘어나면 환자의 합병증·사망률이 낮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의료진 부족이 환자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의료가 상업화되면 불필요한 검사를 부추기는 과잉진료 비율이 높아진다”며 “적정 인력을 확보해 공공병원의 의료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