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대법원장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돼 대법원장이 일시적으로 공석이 될 예정이다. 후임 대법관의 임명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장 후보 낙마는 35년 만에 다시 벌어졌다.
여야는 6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이균용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표결에 돌입했다. 민주당의 당론에 따라 찬성 118표, 반대 175표, 기권 2표로 부결됐다. 민주당의 의석은 168개로 국민의힘 의석으로 단독 통과는 불가능하다.
정점식 국민의힘 인사청문특별위원회 간사는 이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위원의 적격·부적격 의견을 발표했다.
적격의견에는 △사법부 중립성 △비상장주식 재산신고 미대상 △장녀 외국환 송금 과세 미대상 △장녀 국내재산 증가 합법적인 배당금 △장남 피부양자 보험금 수령 사례 없음 △위법 주장 근거 미제출 △정치성향 중립성 등이다.
반면 부적격 의견으로는 △뉴라이트 역사관 △윤석열 대통령 친분 △처가 회사 주식 재산신고 누락 △해외거주 자녀 6만달러 송금 후 세금 미납부 △장남 토지 불법증여 의혹 △자녀 직장건강보험피부양자 등록 △성범죄·세월호 판결 문제 등을 꼽았다.
대법원장은 장관과 다르게 국회의 동의 없이는 대통령 단독 임명이 불가능하다. 대법원장 공백은 지난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 낙마 이후 두 번째다.
당시 김용철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개혁과 쇄신을 요구하는 젊은 법관의 충정을 수용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퇴했다. 이후 정기승 대법관 임명동의안이 상정됐지만 국회에서 불발됐다.
대법원장 공석으로 ‘법원조직법’에 따라 선임대법관인 안철상 대법관이 대법원장 권한대행을 유지하게 된다. 다만 권한대행의 역할을 어디까지 선정해야 하는지를 놓고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후임 대법관을 추천하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도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안 대법관이 선임대법관으로 추천위원에 참여해야 하지만 대법원장 권한대행 역할이 있어 제청권까지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 대법원장 후보자를 물색하는 것도 문제다. 정기국회 ‘국정감사’ 시즌에 돌입하면서 국회일정이 바빠져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안 표결까지 최대 3개월 가량 공백이 발생 가능성이 제기됐다.
대통령실은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부결이 국민을 상대로 한 정치적 인질극이라고 반발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야당의 일방적인 반대로 부결됐다”며 “실력 있는 법관을 부결시켜 초유의 사법부 장기공백을 초래해 유감스럽다. 국민의 권리를 인질로 잡고 정치투쟁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는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의 책임은 대통령실과 인사검증팀에 있다고 지적했다. 2차 개각 장관 인사를 비롯해 인사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대법원장 자격이 없는 사람을 후보자로 지명한 게 문제다. 부결은 자연스럽게 될 수밖에 없었다”며 “인사 검증팀의 완전한 실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인사검증을 했는지 궁금할 정도의 인선이 이뤄지고 있다”며 “장관부터 자격 미달의 후보자들이 중구난방으로 등장했다. 인사청문회를 무시하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법원장이 없으면 선임대법관이 이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법원에서 이를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