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결말이었나…새주인 찾기 5번째 엎어진 보험사

예견된 결말이었나…새주인 찾기 5번째 엎어진 보험사

기사승인 2023-10-20 06:00:18
KDB산업은행. 쿠키뉴스 자료사진
KDB생명 인수를 검토하던 하나금융지주가 최종 단계에서 포기 의사를 밝혔다. 경영 정상화에 대한 부담이 결국 걸림돌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KDB생명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18일 KDB생명보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나금융으로부터 인수 포기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지난 7월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실사를 진행해왔다. 인수 포기와 관련해 하나금융은 “KDB생명 인수는 지주 보험업 강화 전략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중단하게 됐다”는 입장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당장 매각가보다도 앞으로 투입될 추가적 비용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본다. KDB생명의 매각가가 약 2000억원으로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지만 향후 회사 재무구조 정상화를 위해 들어가야 할 금액이 수천억원 이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산은은 추후 최대 3000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하며 노력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실제 올해 도입된 재무건전성 지표인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의 KDB생명 수치는 지난 3월 말 기준 47.7%였으며 경과조치 적용 수치도 101.7%에 불과했다. 당국에선 해당 건전성 수치를 150% 이상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비율이 높을수록 양호한 것으로 해석된다.

보험권 일각에서는 최종 논의가 불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됐었다. 지난 7월에는 하나금융이 투자의향서를 법적 구속력이 없는 논 바인딩(Non-binding·비구속적) 형태로 제출한 것도 이 관측에 힘을 보탰다.

양재혁 하나금융지주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지난 7월27일 2분기 실적발표 후 이뤄진 컨퍼런스콜에서 KDB생명 인수와 관련한 질문에 “논 바인딩 형태의 투자의향서를 낸 상태로 KDB생명의 자체 경쟁력은 물론 그룹 내 시너지 창출 여부까지 고려해야 (인수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시장과 투자자들이 (KDB생명 정상화를 위해) 앞으로 대규모 자본확충에 나서야 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알고 있다.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M&A는 할 생각이 없다”고 단언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결과였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사실 초창기부터 하나금융에서 부실한 기업을 왜 인수하려고 하는지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들이 있었다”면서 “하나금융이 비은행권 수익·매출 증대를 위해 M&A를 검토했지만 실사 과정에서 장기적으로는 인수가 크게 이득이 되지 않을것이라고 판단하지 않았겠나”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KDB생명은 과거 금호생명 시절 고금리 양로보험을 대거 판매했던 것으로 안다. 고금리 상품은 보험 특성상 회사 건전성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회장 임기 내 수익을 빨리 내야 하지 않겠나. 상품 포트폴리오상으로도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매각 결렬로 5번째 KDB생명 매각에 실패한 산은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산은은 “ KDB생명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과 함께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향후 처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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