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신시대가 열린다, ‘한국 밖 K팝 그룹’

한류 신시대가 열린다, ‘한국 밖 K팝 그룹’

기사승인 2023-10-23 06:00:29
미국인 5명, 캐나다인 1명으로 이뤄진 그룹 VCHA. JYP엔터테인먼트

‘한국인 없는 K팝 그룹’.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멤버 전원이 외국인인 그룹 블랙스완, 일본인으로만 구성된 그룹 XG에 이어 한국인 외 다국적 멤버로 구성된 글로벌 그룹이 K팝 기획사에서 태동하고 있다. 선두에 선 회사는 JYP엔터테인먼트(JYP)와 하이브. JYP는 미국인과 캐나다인으로 구성된 그룹 비춰(VCHA)를 결성했고, 하이브는 12개국 아이돌 지망생을 모아 오디션 프로그램 ‘더 데뷔: 드림 아카데미’를 진행 중이다. K팝의 ‘탈한국화’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비춰는 미국인 5명, 캐나다인 1명으로 이뤄졌다. JYP가 미국 리퍼블릭 레코드와 손잡고 만들었다. 멤버들 모두 외국인이지만 제작 시스템은 K팝스럽다. 박진영을 비롯한 K팝 프로듀서와 안무가가 오디션 프로그램 ‘A2K’를 통해 멤버 선발을 주도했다. 하이브와 미국 게펜 레코드가 선보인 ‘더 데뷔: 드림 아카데미’도 비슷하다. “K팝 방법론을 접목”해 데뷔 멤버를 선발·육성한다는 게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설명이다. 다만 참가자를 북미로 한정한 ‘A2K’와 달리 ‘더 데뷔: 드림 아카데미’는 한국을 비롯해 스위스, 스웨덴, 슬로바키아, 벨라루스 등 세계 곳곳에서 참가자를 모았다.

600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더 데뷔: 드림 아카데미’ 참가자들. 하이브

K팝 제작의 핵심은 “보컬과 군무를 동시에 구현하도록 짠 육성 시스템”이다. 하이브 신인 육성 프로그램 T&D 관계자는 “단체 안무와 안무 대형이 잘 드러나도록 팀워크를 중심으로 연습하는 것이 가장 K팝스러운 트레이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더 데뷔: 드림 아카데미’ 참가자들은 조별로 K팝 노래와 안무를 익혀 연습한 뒤 결과를 평가받는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란 소녀들은 “함께 이겨내고 희생하는 게 중요하다”며 팀워크를 다진다. JYP를 이끄는 박진영 프로듀서도 ‘A2K’ 참가자들에게 “경쟁할 필요 없다. 서로를 도와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탄생한 ‘탈한국 다국적 K팝 그룹’은 “K팝 미래상의 대담한 예측”(미국 매체 컨시퀀스)을 제시한다고 평가받는다. 다음 세대 K팝을 꿰뚫는 키워드는 ‘초연결’. K팝은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가수와 팬, 팬과 팬의 온라인 초연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탈한국 다국적 K팝 그룹이 가능해진 것도 온라인 초연결에 친숙한 Z세대와 알파세대가 새로운 문화 소비자로 떠오르면서부터다.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를 제작하는 HxG(하이브x게펜레코드) 관계자는 “지금은 SNS의 발달로 모든 것이 연결되고 공유된다. 젊은 세대는 출신 국가보단 견해에 따라 공감대를 느낀다. 때론 온라인 친구를 오프라인 친구보다 가깝게 느낀다. 우리는 그런 세대를 대상으로 음악을 만드는 것”이라며 “그렇기에 참가자를 다양한 국가에서 발굴하는 것이 사업·문화적으로 더 의미 있다. 전 세계에서 모인 참가자들을 통해 청중과 한층 더 높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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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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