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하마스처럼 기습공격을 한다면? 

북한이 하마스처럼 기습공격을 한다면? 

김규연 예비역 준장 “이스라엘 방어 실패 원인은 ‘적 위협 과소평가‧안보의식 해이’”
“美 두 개 전쟁에서 동맹국 지원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 동북아 中‧北 군사적 행동 가능성 우려되는 상황”
“北, 하마스 공격보다 수십 배 더 치열할 것… 우린 싸울 준비가 되어있는가”

기사승인 2023-10-26 15:57:02
제11차 세종국방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김규연 예비역 육군 준장(한국방위산업학회 이사‧사진 왼쪽). 세종연구소 제공

지난 25일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교훈 주제를 가지고 세종연구소 주최로 열린 제11차 세종국방포럼에서 김규연 예비역 육군 준장(한국방위산업학회 이사)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제질서는 강대국 중심으로 양분된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제5차 중동전으로 확대될 위험에 놓여있다. 미국은 두 개 전쟁에서 동맹국을 지원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혼란을 틈타 동북아에서 중국이나 북한의 군사적 행동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규연 예비역 준장은 이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비대칭전 중심으로]’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김규연 예비역 준장은 “이스라엘 병력은 63만 명(예비군 포함)이며, 하마스의 병력은 3만 명으로 이스라엘이 20배이다. 무기의 화력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이스라엘이 우세하다(이스라엘은 하마스를 테러단체로 인식함). 이스라엘은 전투기 약 600대, 전차 2,200대 등 첨단무기를 갖췄고, 비공식적으로 핵무기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방위비 지출액이 234억 달러(약 31조3,200억 원)로, 세계 15위에 해당한다. 하마스는 다연장 미사일과 로켓(최대 1만 기), 박격포 등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며, 정규군이라고 보기엔 미흡하다(테러 행위를 함). 참고로 아이언 돔 1발은 8,000만 원, 로켓 1발은 80만 원 100배 가격”이라며 전투력을 비교했다.

이번 하마스의 공격 시기에 대해 “이스라엘 민족이 안식일을 맞아 여러 지역에서 대형 댄스파티를 열고, 휴식을 취하는 토요일 오전 6시 30분에 기습 공격했다. 4차 중동전(1973년10월 6일) 시에 이집트가 유대교 안식일에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파멸 직전까지 몰고 간 사례가 있었다”며 “무기체계가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한계 사항을 이용한 전술을 구사한 것이다. 즉 아이언 돔의 요격능력으로 대응할 수 없는 대량의 로켓을 짧은 시간 동안 발사했다(5000발). 국경 장벽에 설치된 감시 타워와 통신기지국에 드론으로 폭탄을 투하하고, 요새마다 설치한 원격 기관총을 파괴했다. 감시카메라가 파괴되고 통신이 단절됨으로써 후방에서 국경을 모니터하던 이스라엘군은 상황파악을 할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장벽 30개 지점을 허물어 진입로를 확보한 후, 오토바이와 트럭을 타고 침투하고, 동력 행글라이더와 모터보트를 이용해 공중 및 해상으로도 침투했다. 이스라엘군의 저항능력을 파괴한 후 민간인 마을, 음악회장 등을 습격해 민간인을 학살하고, 150명의 인질을 납치한 후 신속히 철수했다(사회 혼란과 반정부 여론 조성). 하마스 간부 바라케는 AP통신에서 ‘우리는 약간의 군사적 목적을 이루고 포로 교환을 위해 인질을 생포한다는 계획이었는데, 이스라엘군은 마치 종이 호랑이 같았다.’라고 말했다. 또 하마스는 가자지구 전역에 설치한 이스라엘의 도청시스템을 역이용해 가짜 정보를 흘렸다. ‘또 다른 전쟁을 피하려 노력하자.’라는 말 등을 해 무력을 사용할 의사가 없는 것처럼 기만했다. 지난해 두 차례 공세 이후 하마스는 돌출 행동을 삼가했으며, 카타르의 중재에 화답해 국경 폭동을 종식시키는 등 ‘소강분위기’도 연출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경제 재건에 집중하기로 했다’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제11차 세종국방포럼. 세종연구소 제공

김 예비역 준장은 “2년 이상 치열하게 준비하면서도, 하마스 지도자급과 공격을 위해 훈련받은 1,000여 명의 무장대원들도 당일까지 몰랐다. 공격 시작 때까지 우방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이스라엘, 이집트, 사우디 정보국 등의 감시망을 피하면서 수천 발의 로켓을 비축, 이동했다. 이란으로부터 항공기와 패러글라이더, 지하터널 및 지중해로 무기 지원을 받았다. 인구가 밀집된 가자지구 지하에 500km의 터널을 건설해 인원과 장비를 운반하고, 지휘통제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급조폭발물을 설치해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비했다. 터널의 규모는 서울 지하철 350km의 1.5배이다. 과거 아프가니스탄도 산악지대에 터널을 구축했으며, 북베트남도 대규모 땅굴을 이용해 큰 전과를 올렸다”고 설명을 이어 갔다.

또 “민간인 150명을 납치해 ‘인간 방패’로 사용, 가자지구 거주민 200만 명도 군사작전을 제한하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의 방어 실패 원인에 대해 김 예비역 준장은 “가자지구를 철저히 봉쇄했기 때문에 그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특히 1973년 4차 중동전 이후 로켓으로 소규모 공격하는 일이 반복됨으로써 지상군이 대대적으로 침략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7일 새벽 하마스의 공격이 시작되기 전에 감시장비를 통해 하마스 병력의 비정상적 활동을 파악하고 국경선 방어 초소에 경보를 보냈지만, 감시병은 숙소 침대에 누워 있던 채로 사살됐다(경계 근무 태만으로 추정됨).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가장 유능한 정보기관들을 운용하고 있다. 17년 동안 가자지구를 봉쇄한 가운데, 그 지역에서 다양한 인적 정보 및 도청수단을 활용하지만, 이번 공격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지 못했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 아키바토르는 ‘공격에 대한 정보를 전혀 갖지 못했다.’고 말했다. 과거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데이비드 프리드먼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난 40년 동안 이스라엘을 지켜본 이래 이런 일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보통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한 명이라도 국경에 접근하면 바로 무력화시키곤 했다. 이번 일은 엄청나게 큰 정보 실패다.’”라고 설명했다.

김 예비역 준장은 또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모의 이스라엘 정착촌을 만들어 급습 훈련하는 정보를 사전에 입수했고, 불도저로 장벽을 부수는 등의 훈련을 했으나 통상적인 위협 정도로만 여겼다. 10일 전부터 이집트 정보기관이 ‘폭발적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라고 이스라엘에 전파했으나 무시했고, 수개월 동안 벌인 ‘거짓 평화’ 전술에 속아서 하마스가 군사적 대결을 원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스라엘은 11억달러(1조 3천억원)를 들여 3년 반 만에 65km 길이의 장벽에 스마트펜스를 구축했다. 이것은 첨단 감시카메라와 레이더, 원격에서 운용하는 자동사격체계를 설치한 것으로 지상은 물론 지하 터널로 침투하는 움직임도 감지할 수 있어서 난공불락이라고 자신했다. 이곳의 병력 일부를 소요사태가 증가한 서안지구로 이동시켰다. 국경 근무자는 근무지에 있지 않고 숙소에서 취침한 것으로 추정되며, 고위 지휘관들은 기지 한 곳에서 생활했는데, 습격을 받아 대부분이 살해됐다. 이들이 제거되고 통신망이 끊기자 다른 지역의 기지와 후방 지휘부는 국경이 뚫린 사실도 몰랐다”고 설명을 이어 갔다.

게다가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책으로 인해 행정기관 고위관리들이 저항하고, 반정부 시위가 연일 벌어졌고 이런 과정에서 정보기관 요원들도 해임됐으며, 조직간 긴밀한 정보 교류에 차질이 발생했다”며 지도부 갈등과 분열도 지적했다.

김 예비역 준장은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시사점에 대해 “최악의 상황에선 약자는 극단적인 방법도 선택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능력을 경시하고 막다른 길로 몰아갔지만, 하마스가 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에는 소홀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표적을 정밀타격(아이언 돔)하고, 국경에서 적의 침투를 자동으로 탐지하여 경보를 전파하고 무인 원격사격체계로 방어하는 시스템(아이언 월)을 갖추고 자신만만했지만, 로켓과 드론의 폭탄 공격으로 무용지물이 됐다”며 “무기체계 못지않게 창의적 전술을 구사하는 전투원 육성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스라엘은 정치권의 내분으로 혼란한 상태였으며, 10월 7일은 명절인 안식일로써 휴식을 취하고 이벤트를 하는 등 들뜬 분위기였다. 군대는 철벽이라고 자랑하는 방어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에, 장비를 믿고 근무에 태만 하는 등 안보에 대한 기강은 무너진 상태였다. 그러나 정치지도자들은 즉시 정쟁을 멈추고 단합했다. 예비군은 동원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스스로 입대했다. 외국에서 여행 중이거나 유학하고 있는 국민들이 신속히 귀국했고, 예비군에 편성되지 않은 노인까지 자원 입대했다. 국민은 방어에 실패한 군을 비난하지 않았고, 인질된 가족을 살려내라고 매달리지 않았다. 모두 자신이 맡은 위치에서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규연 예비역 준장은 “북한은 재래식 전쟁과 비정규전, 핵전쟁 수단까지 확보하고 있다. 또한 하마스가 공격한 방법의 비대칭 수단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적의 도발은 하마스의 공격보다 수십 배 더 치열할 것이다. 우리는 언제든지 싸울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대비하고 있는지 다시 점검할 때”라고 제언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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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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