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상복구가 최선” 과학계, R&D 예산 전쟁에 발로 뛴다

“원상복구가 최선” 과학계, R&D 예산 전쟁에 발로 뛴다

기사승인 2023-10-31 06:05:43
24일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시작 전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관계자들이 R&D 예산 삭감 등에 항의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과학기술계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저지를 위해 두 발 벗고 나섰다. 예산 정국이 시작되며 본격적 ‘진통’이 일 것으로 보인다. 

31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국민의힘 과학기술특별위원회(과기특위)는 R&D 예산 삭감 관련 현장 연구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어확 ‘국가과학기술 바로세우기 과학기술계 연대회의’(연대회의) 공동대표와 또 다른 연대회의 관계자가 참석해 예산이 삭감될 경우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 등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오는 2024년 국가 R&D 예산에 25조9000억원을 배정했다. 올해 31조1000억원 대비 16.6% 감소했다. R&D 예산이 감소한 것은 지난 1991년 이후 최초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도 R&D 예산은 지켜졌다.

과학기술계의 입장은 단호하다. 정부의 삭감된 R&D 예산으로는 과학기술계 전반에 부작용이 일게 된다는 것이다. 이 공동대표는 “R&D 예산의 원상복구가 필요하다. 현재 안에서 일부 조정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회와 정부를 최대한 설득해 원상복구 요청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산 심의에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한다면 2024년 총선에서 R&D 예산 삭감 당시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각 당 후보에게 입장을 물을 방침”이라며 “소극적으로 했던 이들은 여론의 심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정감사(국감)에서 R&D 예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못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학이나 기초연구에 초점이 맞춰져 가장 크게 타격을 받는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 대한 논의는 배제됐다는 것이다. 정부의 자료 제출이 부실해 질의에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출연연 안팎의 청년 연구자의 고용 불안이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에 출연연 연구개발적립금 등 자체 재원을 충당하겠다고 했다.

이 공동대표는 “대학생 인건비 등 특정 이슈에 대해서만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문제를 덮으려 하고 있다”며 “출연연의 연구개발적립금으로 비정규직을 위한 재원을 충당한다고 하지만 돌려막기에 불과하다. 전체적으로 볼 때 효용이 없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상근 공공연구노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지부장도 “연구자들이 연구를 수행할 때 필요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건드리지 않았다”며 “연구개발적립금이 부족할 경우, 향후 연구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연구 현장에서는 예산 삭감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아직 연구과제마다 예산 삭감의 폭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각 기관·연구자들이 발로 뛰며 정부 부처와 소통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 사진=임형택 기자 

출연연 등 연구기관뿐만 아니라 대학에서도 R&D 예산 삭감을 전면재검토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를 포함한 5대 과학기술특성화대와 서울대·연세대·고려대·한양대·이화여대·한국에너지공과대 등 11개 대학 총학생회가 모인 ‘R&D 예산 삭감 대응을 위한 대학생 공동행동’은 △2024년 R&D 예산안 백지화 및 원점 재검토 △학생 및 연구현장 포함 충분한 소통 △충분한 검토와 숙의 등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구조와 환경을 바꾸는 문제는 단발적인 예산 삭감이 아닌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함에도 대학생과 연구현장을 포함한 미래세대 목소리는 존중받지도 반영되지도 못했다”며 “국가 주도 R&D에 대한 믿음과 미래를 향한 꿈이 꺾인 수많은 인재들이 연구와 학문을 향한 꿈을 접거나 해외로 떠날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권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에서도 새로운 R&D 예산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인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야당 간사인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현장의 목소리를 계속 들으면서 출연연이나 과학기술연구원, 대학, 기업 등에서 필수적인 R&D 예산이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정부안 중 졸속으로 만들어진 것은 들어내고 당 차원에서 R&D 예산안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앞서 국정감사에서 (정부와 여당 등은) 비효율적인 R&D를 주장해왔지만 그 실체에 대해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며 “과학기술계와 국민 여론조사 등을 통해 R&D 예산을 줄이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결집해서 임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정부안 유지가 기본 방침이라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정부안은 이미 확정됐기에 R&D 예산 관련 입장 변화는 없다”며 “현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제도개선 등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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