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없이 즐겁게” 음주폐해 예방사업, 실질적 효과 보려면

“만취없이 즐겁게” 음주폐해 예방사업, 실질적 효과 보려면

2021년 중랑구서 첫 노마트 프로젝트 시작
고위험음주율 2020년 16.6%→2022년 14.8%
학교·경찰·의약단체·업소 등 민간협의체 역할 커
“시범사업 뒤 지속가능성이 핵심…인력·예산 지원 필요”

기사승인 2023-11-02 06:00:35
1일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열린 ‘알코올폐해 감소를 위한 지역사회 중재사업’ 심포지엄에서 조선진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지난 3년간 이어진 중랑구 음주폐해 예방사업 ‘노마드(NoMAD, No More Alcohol till Drunk)’의 성과를 소개했다. 사진=박선혜 기자

지자체가 주체적으로 진행한 ‘음주폐해 예방 시범사업’이 고위험음주율 감소라는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했다. 전문가들은 노력이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특별시와 질병관리청은 1일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알코올폐해 감소를 위한 지역사회 중재사업’ 심포지엄을 열고 지난 3년간 이어진 중랑구 음주폐해 예방사업 ‘노마드(NoMAD, No More Alcohol till Drunk)’의 성과와 개선점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2021년 중랑구를 중심으로 국내에서 처음 이뤄진 노마드 프로젝트는 그간 보건소가 전개한 교육, 캠페인 등의 방식을 탈피했다. 대중과 밀접한 동네의원과 약국, 학교, 외식업소, 경찰서 등이 함께 참여형 예방 운동을 전개했다.

청원 경찰이 금주구역을 감시하고, 외식업체는 만취예방 포스터 붙였다. 의약단체를 통한 모바일 고위험음주 설문조사를 시행했으며 학교는 고위험음주 예방교육 등을 가졌다. ‘만취 없이 즐겁게’를 표어로 내걸고 구성원 모두가 음주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가톨릭대학교 협력단이 프로젝트 연구를 이끌고 있으며, 질병관리청은 예산을 지원한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조선진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노마드 프로젝트는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글로벌 연구를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모델을 만들어 진행하는 음주 중재전략으로, 어떠한 절주사업보다 강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며 추진했다”면서 “서울 지자체 중 고위험음주율이 높은 순위에 있던 중랑구를 대상으로 한 결과, 긍정적인 결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중재사업을 하지 않은 서울시 24개구 시민과 중재사업을 진행한 중랑구 시민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음주문화 차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다른 지자체에 비해 중랑구에서의 △음주자 목격 경험 △음주운전 차량 동승 경험 △술자리 일행 만취자 발생 경험 △주량에 대한 주관적 인식 지표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고위험음주율 변화 추이 분석에서도 중랑구는 2020년 16.6%에서 2022년 14.8%로 감소한 반면, 서울의 24개구는 평균 12.9%에서 13.5%로 증가했다. 

조 교수는 “지자체, 협력단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협력해 각각 역할을 해준 것이 대중의 인식을 조금씩 바꿔놓는 계기를 만들었다”며 “이번 결과를 공유해 향후 전국 어디서나 노마드 모델을 매뉴얼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확산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서울시 중랑구에 위치한 한 술집 안에 만취예방 캠페인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 중랑구의 만취예방 프로그램에 참여한 업소는 올해 9월 누적 기준 321곳이며, 이중 참여를 지속하고 있는 곳은 266곳으로 확인됐다. 만취예방 프로그램은 외식업소의 책임감 있는 주류 제공을 목표로 한다. 사진=박선혜 기자, 노마드 프로젝트 홈페이지 캡처


중랑구의 음주폐해 예방 시범사업은 올해 마무리된다. 내년부터는 질병청이나 협력단 도움 없이 지자체와 보건소가 주체적으로 사업을 이어가야 한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노마드 프로젝트의 효과를 유지하고 넓히려면 사업의 지속 가능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해국 가톨릭의대 정신과학교실 교수는 “최근 2030세대 여성에서 간경화 발생률이 늘고 있고, 4050세대의 치료율은 저조한 상황이다”라며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검증 가능한 평가 전략을 갖추고 동원 가능한 여러 공공 자원을 활용한 점이 노마드 프로젝트의 핵심”이라며 “거버넌스를 구축하면서 기반 조성, 여론 형성, 적극적 홍보를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형수 서울시통합건강증진사업지원 단장은 “가톨릭대 협력단이 빠지면 당장 지역사회 단체를 조정할 책임자가 사라진다”면서 “앞으로 보건소가 나서 맡아야 하는데, 절주사업 교육만으로도 인력이 부족하고 관련 예산이 아예 없는 곳도 있다”고 짚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절주사업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지자체나 보건소가 음주폐해 예방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인프라부터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랑구는 노마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달부터 보건소, 의원, 약국, 치과 등과 함께 고위험음주 선별·조언 집중추진사업을 시행한다. 또 내년 1월14일부터는 면목역 광장을 완전한 금주구역으로 운영한다. 음주 적발 시 과태료 5만원을 부과하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서울시 중랑구청은 내년 1월14일부터 면목역 광장을 완전한 금주 구역으로 운영한다. 음주 적발 시 과태료 5만원을 부과하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중랑구청 제공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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