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기업공개(IPO) 대어로 주목받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하면서 흥행 여부에 눈길이 쏠린 상황이다. 확실한 사업 방향성과 전도체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점은 장점으로 부각되나, 최근 2차전지 섹터의 극심한 부진에 따라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전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업 계획과 기술력을 소개했다.
이날 김병훈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대표이사는 “친환경 배터리 시장 성장으로 전구체 수요가 2027년까지 연평균 30%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전체 전구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하이니켈 전구체 분야에서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2차전지 핵심소재인 전구체를 대량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업체다. 전구체는 양극재를 만들기 위한 전 단계의 원료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인 만큼 배터리 원가의 약 20~30%를 차지한다. 특히 전기차용 니켈·코발트·망간(NCM) 전구체를 주력으로 생산한다. 아울러 원료 및 차세대 전구체에 대한 연구개발도 수행 중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특징은 원재료 활용(RMP: 순도가 낮은 중간재를 투입해 고순도의 황산 메탈을 제련하는 공정) 과 전구체 생산(CPM) 공정을 통합한 생산체제를 구축한 점이다.
이는 동종업계와 차별화됐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자체적인 공정 설계와 공법으로 타사의 제련 공정과 비교해 원가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RMP 공정을 거치면 광산에서 생산되는 중간재 원료뿐 아니라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1차 정제된 원료에서도 고순도 전구체 원료 생산이 가능하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IPO를 통해 총 1447만6000주를 공모한다. 이는 전량 신주모집이다. 주당 희망공모가액은 3만6200~4만4000원이다. 이에 따라 공모를 통해 마련되는 투자 재원은 최대 6369억4400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희망밴드 상단 기준 3조1300억원에 달한다.
공모를 통해 마련한 자금을 추가 공장 등 설비투자와 원재료 매입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기업 성장동력을 위한 투자에 사용하는 만큼 상장을 통해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설 것으로 풀이된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전기차와 이에 따른 전구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를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난달 5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협동로봇 전문 업체 두산로보틱스에 이은 IPO 대어로 평가된다. 앞서 두산로보틱스는 상장 당일 공모가 2만6000원 대비 97.69% 오른 5만1400원에 장을 마감하면서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두산로보틱스가 불어넣은 IPO 훈풍이 에코프로머티리얼즈까지 연결될지 주목하고 있다. 올해 마지막 대어인 만큼, 두산로보틱스 이후 다소 침체된 IPO 시장 분위기가 변경될 수 있어서다.
증권가에서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두산로보틱스는) 청약에서 받은 공모가 대비 97%에 달하는 굉장히 높은 수익률을 선보였다”며 “다음 코스피 상장 종목들에도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전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니켈 위주의 시장 성장은 지속될 전망”이라며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타 업체들과 3년 이상의 기술 격차를 확보했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히 남아있다. 우선 공모가 밸류에이션의 고평가 주장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대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공동주관사 NH투자증권은 증권보고서에서 공모가 산정을 위해 국내 증시에 상장된 포스코퓨처엠, 엘엔에프, 코스모신소재와 중국 CNGR을 피어그룹(비교기업)으로 제시했다.
공모가 산정에는 기업가치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EV/EBITDA) 방식이 적용됐다. 해당 방식은 주가수익비율(PER) 방식과 달리 감가상각비와 무형자산상각비를 차감하기 전의 이익이 적용된다. 당시 피어그룹의 올해 반기 연 환산 기준 EV/EBITDA 평균치 76배를 대입한 후 할인율 14~32.3%를 적용해 희망 공모가액 밴드를 3만6200원~4만6000원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2차전지 섹터가 조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피어그룹 종목의 주가가 급격히 내려가면서 고평가 우려로 이어져서다. 이에 주관사들은 EV/EBITDA 평균치를 67.5배로 변경했다. 평가액 대비 할인율도 10.9~26.7%로 변경됐다. 희망 공모가액 밴드의 경우 하단은 동일하나 상단이 기존 4만6000원에서 2000원 내린 4만4000원으로 조정됐다.
문제는 최근 2차전지 관련 종목들의 하락세가 더욱 심화됐다는 점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피어그룹에 포함된 종목 중 국내 상장기업인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주가는 지난달 초부터 이달 1일까지 각각 22.76%, 7.76% 하락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이사는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은 입장이 다르고, 시장에서도 2차전지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최근 IPO 진행 과정에서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 우려에 따른 조정으로 주가가 많이 빠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된 투자자들의 요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저희도 주관사와 심도 깊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다만 우리의 미래 비전을 고려하면 현재 공모가는 비싸지 않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수요예측은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수요예측 기간에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많은 수의 기관들이 참여했고, 좋은 가격이 나타났다 정도만 말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