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펑리쉰이 상대 팀의 밴픽이 자신의 승리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빌리빌리 게이밍(BLG)는 3일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 LoL 월드 챔피언십(월즈)’ 녹아웃 스테이지 8강에서 젠지e스포츠(젠지)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3대 2 승리했다. 이 경기로 BLG는 중국 ‘LoL 프로 리그(LPL)’의 2번째 4강 진출팀이 됐다.

경기 후 인터뷰룸에서 만난 펑리쉰은 “되게 재밌었다. 정말 치열한 경기였지만, 결국 승리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만족감에 가득 차 보이는 그의 모습에 ‘원하는 수준의 경기력을 뽐냈나’고 묻자 “그냥 평상시 연습했던 것만큼 보여줬다”는 답이 돌아왔다.

BLG는 젠지를 이기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연습했을까. 펑리쉰은 “‘럼블’, ‘탐켄치’, ‘자르반 4세’를 잘 준비하고 연습했다. 실전에서 픽도 잘 됐고, 플레이도 잘됐다”고 전했다.

이날 경기는 중계진 14인이 모두 젠지의 승리를 점칠 정도로 압도적 격차가 예상됐다. 하지만 BLG가 역으로 체급 차이를 증명하며 당당히 4강에 진출했다. 이에 대해 펑리쉰은 “사실 저희 팀이 젠지보다 못한다는 평가는 추상적이다. 오늘은 밴픽과 인게임 모든 부분에서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젠지의 승리를 예상하는 평가가 있었던 이유는 저희 팀이 전에 잘못 플레이 했던 부분 때문인 것 같다”고 밝혔다.

BLG는 1·2세트 내내 젠지를 압도했다. 체급 차이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중계진의 예상마저 뒤엎은 이런 경기가 어떻게 가능했을까. 펑리쉰은 “저희 팀은 공격적인 플레이를 좋아한다. 그런데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팀들은 수비적인 것을 선호하는 듯하다. 젠지 상대로 플레이 메이킹을 잘해서 이겼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BLG는 밴픽에서 ‘오리아나’, ‘칼리스타’, ‘레나타’, ‘럼블’, ‘자야’ 등 현 메타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은 챔피언을 계속 가져가는 등 우세를 점했다. 펑리쉰은 “밴픽이 승리와 연관성이 있다”면서도 “팀원들의 챔피언 숙련도가 높았던 점도 한 몫 했다”고 첨언했다.

다만 3·4세트는 젠지 상대로 고전하다가 결국 패배했다. 펑리쉰은 “상황에 따라 공격해야 할 타이밍에 판단을 잘못해 아쉽게 패배했다”고 패인을 짚었다. 하지만 마지막 세트는 BLG에게 돌아갔고, 그는 4강에 최종 진출한 직후 “올해 참 결과가 좋다”고 생각했다며 웃어보였다.

펑리쉰은 이날 5개 세트 내내 자르반 4세를 픽했다. 자르반 4세를 고집한 전략적 이유에 대해 “나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워낙 좋아한다. 자르반 4세를 쓰면 상대 정글러를 직접 노릴 수 있고, 각 라이너가 라인전을 편하게 할 수 있다”며 픽의 이유를 설명했다.

4강에 진출한 BLG는 같은 리그의 웨이보 게이밍과 대결한다. 펑리쉰은 “승부를 떠나서 정말 재밌는 경기가 될 거다”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부산=차종관 기자 alone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