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이 LNG e스포츠(LNG)를 넘고 4강에 진출,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의 한줄기 희망을 이어갔다.
T1는 5일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 LoL 월드 챔피언십(월즈)’ 녹아웃 스테이지 8강에서 LNG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3대 0 완승했다.
유일하게 LCK에서 살아남은 T1은 한국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4강에 진출했다. 앞서 8강에 오른 KT 롤스터와 젠지e스포츠가 중국팀에게 일격을 맞고 탈락했다. T1마저 LNG에게 패배한다면 4강에는 중국 ‘LoL 프로 리그(LPL)’만 가득할 것이라는 팬들의 우려가 큰 상황이었지만, T1은 보란듯이 압도적인 경기력을 뽐내며 4강에 진출했다.
이로써 4강 대진표도 확정됐다. 오는 11일 LPL 4시드 웨이보 게이밍과 2시드 빌리빌리 게이밍이 맞붙으며, 12일에는 T1이 올해 그랜드 슬램(전 대회 우승)에 도전하는 LPL 1시드 징동과 격돌한다. 4강 대진 장소는 8강과 마찬가지로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이다.
1세트, ‘항’ 푸밍항의 ‘블리츠크랭크’에 이어 ‘구마유시’ 이민형이 ‘닐라’를 픽하는 등 현 메타에서는 주로 볼 수 없던 밴픽이 이뤄지면서 관람객들의 환호가 커졌다. 게임 초반 ‘오너’ 문현준이 동료를 이끌고 상대의 칼날부리를 먹기 시작하며 ‘타잔’ 이승용은 어스름 늑대 쪽으로 빠질 수 밖에 없었다.
6분쯤 이승용의 ‘자르반 4세’가 탑 라인에 들러 ‘지카’ 탕화위의 ‘그웬’과 함께 선취점을 따냈다. T1은 상대 정글러가 탑 라인에 있는 것을 놓치지 않고 첫 번째 용을 먹었다. 8분쯤 전령까지 챙기려던 T1은 상대가 접근해오자 스킬을 피하고 침착하게 1킬을 올리고 전령을 마저 먹었다. 이어 T1이 미드 라인와 탑 라인에서 상대의 무리수를 놓치지 않고 킬을 추가적으로 올렸다.
T1이 상대의 포탑 방패를 9개 획득할 때 2번째 용과 전령도 T1의 차지가 됐다. LNG는 탑 라인에 4명을 투입, ‘제우스’ 최우제의 ‘아트록스’를 잡고자 했으나 최우제가 부드럽게 빠지면서 3번째 용까지 T1이 차지했다. 바론 시야를 서로 확보하고자 노력하며 대치를 이어가던 양 팀은 23분쯤 용 싸움에 나섰다. 강타 싸움은 문현준이 승리했다. LNG는 용을 놓치고 퇴각하던 중 진영이 무너지며 에이스를 내줬다. 덕분에 T1은 바론까지 차지했다.
바론을 차지한 T1은 25분쯤 강하게 바텀 라인 압박에 나섰다. 푸밍항의 그랩은 너무 자주 빗나갔고, 그 덕에 T1은 안정적으로 라인을 압박했다. LNG는 최우제를 잡기 위해 그랩을 날렸지만, 되려 아트록스를 자신들의 진영 깊숙히 끌어들인 꼴이 됐다. 최우제 근방으로 T1 선수들이 전광석화처럼 날아들었고, LNG는 다시 한번 완벽히 에이스를 내줬다. 넥서스는 지키는 이 없이 파괴됐다. 밀리는 라인 하나 없이 T1이 LNG를 압살했다. 상대와 아군마저 압도하는 아트록스의 딜량 그래프에서 최우제의 압도적인 무력도 확인할 수 있었던 게임이었다.
2세트, ‘페이커’ 이상혁의 ‘사일러스’ 픽과 더불어 이민형-‘케리아’ 류민석의 ‘쌍칼날비 바루스-애쉬’ 조합이 나오자 팬들은 기대와 놀라움이 섞인 환호를 보냈다. 상대가 조합의 가치를 살리기 전에 초반부터 게임을 터트리겠다는 의도다. 바텀 라인이 게임의 핵심이 된 가운데, 이승용의 ‘마오카이’가 게임 초반 바텀 라인을 풀어주러 왔다가 정글 몬스터를 문현준에게 다 뺏겼다. 그래도 ‘스카웃’ 이예찬이 이상혁을 잡아내면서 LNG는 무거웠던 분위기를 회복했다.
양 팀은 7분부터 몇 분째 전령을 두고 대치를 벌였다. 그런데 레드 진영의 미니언이 바텀을 강하게 압박하자 LNG가 후퇴하면서 T1이 전령을 가지게 됐다. 이어진 한타 구도에서도 더 좋은 진영을 잡은 T1이 LNG를 후퇴시키고 두 번째 용을 가져갔다. 11분쯤에는 이상혁이 문현준과 환상의 호흡을 맞추며 이예찬을 잡았다. 다만 바텀에서도 LNG가 이민형을 덮치면서 킬을 냈다.
16분쯤 용 앞에서의 강한 교전에서도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T1이 체력적 우위를 가져가면서 3번째 용을 차지했다. 대신 LNG는 전령을 먹었다. 다만 그 전령은 T1이 딜을 집중해 타워에 충돌하기 직전 잡아냈다. 22분쯤 LNG가 용 한타에서 격전 끝에 2킬을 내주고 패퇴했다. T1은 4번째 용까지 차지했다. 문현준의 렐이 상대 진영으로 난입해 궁극기를 사용하면서 판을 깔았고, 최우제가 상대 진영으로 진입해 뒷 라인을 분산시킨 덕이었다. 이후에는 바론 대치 동안 최우제가 바텀을 푸시하는 등 T1이 유리한 운영을 이어갔다.
이후로는 장로용을 건 대치가 벌어졌다. LNG가 바텀에서부터 치고 올라와 T1의 진영을 헤집었으나, T1의 조직력이 더 강한 탓에 LNG가 여러 차례 밀리는 형국이 지속됐다. 그러다 이예찬이 최우제를 잡기 위해 무리하게 돌진하는 실수를 했다. 최우제는 이를 동료들과 함께 응수하고 남은 상대를 전부 학살했다. 이상혁은 진작에 미드로 텔레포트를 타서 라인을 밀어뒀고, 게임은 31분쯤 끝났다.
3세트, 3분쯤 문현준이 일을 냈다. 상대 블루로 침투한 뒤 이승용의 ‘세주아니’를 상대로 솔로킬을 냈다. 이어진 탑 교전에서도 역갱에 성공했다. 미드 라인을 압박해둔 T1은 이번 세트에서마저 첫 번째 용과 전령을 가져갔다. 위기감을 느낀 LNG는 바텀 라인에 4명을 투입해 이민형을 잡아냈다. 하지만 T1의 병력이 금새 합류해 상대를 패주시켰다. 이후 바텀 교전에서 이민형은 상대 원거리 딜러를 ‘말뚝딜’ 끝에 잡아내기도 했다.
11분쯤 2번째 용을 잡은 T1은 LNG의 공세에 몰려 후퇴했다. LNG는 이후 바텀 라이너들을 노리며 정글에 남아있었으나, 너무 오래 대치한 탓에 되려 더블킬을 주고 말았다. 14분쯤 전령까지 차지한 T1은 탑 라인에서 상대 ‘레넥톤’을 처치하고 잔존 병력을 압박, 더블킬을 냈다. 17분쯤 무리하게 T1을 압박하다가 수세에 몰린 LNG는 미드 라인을 순식간에 밀려 내각 타워까지 위험한 상황이 됐다.
20분, 바론이 나오자마자 T1이 타격하기 시작했다. LNG가 막기 위해 나섰지만 T1이 바론 먹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T1은 바론 버프를 두른 채 상대 병력을 유인하며 탑 2차 타워까지 파괴했다. 미드 압박을 하며 상대의 노림수를 피하던 T1은 4번째 용을 차지했다. 와중에 최우제는 바텀 라인에서 상대 레넥톤을 솔로킬냈다.
24분쯤 T1이 미드 라인을 압박하고 들어왔다. 최우제의 ‘제이스’가 포킹하면 상대는 절반의 체력이 날아가는 상황. LNG는 T1의 포킹을 견디지 못하고 미드 라인과 탑 라인 억제기를 내줬다. 상대가 후퇴했다고 생각한 LNG는 조심스레 정글에 발을 디뎠으나, T1이 놓치지 않고 2명을 잘라냈다. 3명으로는 T1의 병력을 막아낼 수 없었던 LNG는 무력하게 넥서스를 내줬다.
부산=차종관 기자 alone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