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료 인하에 카드사 가시방석인 이유는

자동차보험료 인하에 카드사 가시방석인 이유는

尹대통령 “은행 종노릇”
상반기 이어 두 번째 상생금융 압박
은행 이어 보험업계 동참
“가뜩이나 어려운데” 카드사는 고민

기사승인 2023-11-10 06:23:01
사진=박효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종노릇’ 발언으로 금융권 전반에 ‘상생금융 시즌2’ 찬바람이 불고 있다. 보험업계에서 자동차보험료 인하 카드를 내밀자 카드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논의 중이다. 인하 폭은 1.5%~2%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 인하 폭과 시기는 이달 중 결정될 전망이다. 자동차보험료 인하는 올해만 두 번째다. 손보사들은 이미 지난 2월 자동차보험료를 2~2.5% 인하했다.  

보험사들이 이같은 부담을 안고 가는 이유는 금융권을 향한 윤 대통령의 질타가 또 나왔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소상공인들이 번 돈을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은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발언한 뒤 지난 1일에는 ‘은행들이 갑질을 많이 한다. 일종의 독과점 상태’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앞서 금융권은 올해 초에도 윤 대통령의 ‘은행 돈 잔치’ 발언에 은행권(9개), 여전업권(7개), 보험업권(2개)이 줄줄이 수수료 및 금리 인하, 연체이자율 감면 등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금융당국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은행연합회, 금투협회, 여신전문금융협회 등 6개 협회장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과연 (은행들이) 반도체, 자동차와 비교해 어떤 혁신을 했기에 60조원의 이자 이익을 거둘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날을 세웠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은행권 제일 먼저 나섰다. 하나은행은 윤 대통령 발언이 나온 지 이틀 만인 지난 3일 소상공인·자영업자 30만명을 대상으로 총 1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대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신한금융도 지난 6일 1050억원 규모의 ‘2024년도 소상공인·자영업자 상생 금융 패키지’를 내놨다.

보험사마저 상생금융에 동참하자 카드업계는 고민이 깊다. 카드사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통로인 여전채 금리가 5%에 육박해 이자비용이 증가하는 등 업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5대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하나·우리카드) 3분기 순이익 합계는 4620억원으로 전년 동기(5140억원)에서 10.1%(520억원) 줄었다. 고금리와 높은 연체율이 빨리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4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또 카드사들의 경우 우리카드(6월28일)를 시작으로 롯데카드(7월14일), 신한카드(7월17일) 등 상반기 상생금융 지원안을 내놓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점도 부담을 키우는 이유 중 하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시대 은행은 크게 수익이 났고 보험사도 실적이 좋은 상황이지만 카드사는 다르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생안을 아예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번에는 금융당국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지원을 특별히 강조한 만큼 내부에서도 어떤 방안을 내놓아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상반기에 타업권 보다 상생금융 동참 시점이 늦었다”면서 “지금은 상반기에 내놓은 상생금융 방안을 충실히 실행하는 데 여력을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서 추가로 또 방안을 내놓는 것은 만만치 않다. 당분간은 상황을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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