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미들마일’ 플랫폼에 진출, 시장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체된 미들마일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기대와 화물 노동자가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KT 자회사 티맵모빌리티의 ‘티맵화물’, KT ‘브로캐리’, LG유플러스 ‘화물잇고’,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T트럭커’, CJ대한통운 ‘더운반’ 등이 미들마일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미들마일은 판매자로부터 물건을 받아 물류센터까지 배송하는 중간 물류 시장을 뜻한다. 물건의 주인인 화주가 운송사·주선사·화물정보망 등을 통해 차량을 배차, 차주가 최종적으로 물건을 운반하는 구조다.
각 업체들은 화주·차주 확보를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물건의 주인인 화주에게는 홀수 운송 건에 대해 50% 할인된 요금을 제공하고, 차주에게는 신규가입, 연습 오더 수행, 대형 스티커 부착 시 혜택을 주고 있다.
대기업 플랫폼이 미들마일 시장에 뛰어들면서 기대되는 부분도 있다. 현재 미들마일 시장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주로 운영된다. 화물 정보 교류는 게시판 수준에서 이뤄진다. 화물 접수는 전화 통화를 통해 진행되고, 운송장과 세금계산서는 수기로 작성된다. 비싼 주선 수수료와 정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고질적 문제도 있다. 플랫폼들은 디지털화로 보다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스마트배차, 빠르고 투명한 정산, 중간물류 체계 간소화 등이다. 일각에서 미들마일 시장을 변화시킬 ‘메기 효과’를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시장 안착은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 이들 업체들은 구체적인 가입자 수나 플랫폼을 통한 하루 물동량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차주들 사이에서는 “플랫폼을 이용하고 싶어도 오더(일감)가 없어 배차를 받지 못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기존 화물정보망의 공고한 아성을 깰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국내 최대 화물정보망인 전국24시콜화물은 지난 9일 오후 11시 기준 이날 총 오더가 14만3774건이라고 밝혔다. 완료된 건수는 8만6630건에 달한다.
일부 플랫폼은 화주와 차주의 직접 연결을 통해 중간 수수료를 없애는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미들마일 시장에서 주선사·운송사의 힘은 여전히 세다. 한국교통연구원의 ‘2022 화물운송시장 동향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보통 운송회사에 소속된 일반화물 차주의 경우 57.7%가 소속 운송회사를 통해 물량을 확보한다. 주선사 22%, 정보망 12.4%, 타 운송회사 3.4% 순이다. 개인적으로 물량을 받는 경우는 2.6%에 그쳤다. 개별화물 차주도 49.1%는 주선사를, 34.9%는 정보망을 이용했다.
주선사·운송사의 온라인 거래율이 낮은 것도 장벽이다. 2022년 화물자동차 운송·주선업체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온라인을 통해 의뢰를 접수하는 운송사는 전체의 0.6%에 불과했다. 주선사 중 온라인 주선거래를 하는 곳은 0.2%다.
화물 노동자들의 플랫폼 불신도 풀어야 할 숙제다. 플랫폼들은 현재 차주들에게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 중이다. 유료화 계획에 대해서도 “아직까지는 계획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택시 호출 플랫폼인 카카오T의 사례처럼 향후 유료화와 종속화 등 각종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인다.
10년 넘게 화물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한 남성(52)은 “유료화를 안 하겠다는 기업들의 말을 믿기 어렵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일·익일 입금을 약속했지만 실제로 지켜지지 않는 사례도 보인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일부 플랫폼은 화주-차주 직거래가 아닌 주선사를 낀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며 “현재 구조와 다를 게 없어 보인다”고 꼬집기도 했다.
화물 노동자의 처우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지난 2014년부터 화물업에 종사해온 김모씨는 “기업인 화주가 현재도 주선사를 끼고 일을 하는 이유가 있다. 다이렉트로 연결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면서 “결국 플랫폼에서도 일감을 올리는 주선사가 갑이 되는 구조가 될 것이다. 주선사가 가격을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하거나 돈을 늦게 지급해도 플랫폼은 차주가 아닌 주선사의 편을 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