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초고난도 문항인 이른바 ‘킬러문항’을 배제하겠다고 정부가 발표한 후, 첫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졌다. 16일 치러진 2024학년도 수능을 두고 ‘불수능’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킬러문항이 출제되지 않은 편이긴 하나, 전체적으로 ‘어려운 시험’이라고 분석했다. 변별력 높은 문항들이 다소 나왔고, 특히 중상위권에 까다로운 문제들이 꽤 출제됐다는 설명이다.
이날 수능에 대해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쿠키뉴스에 “불수능에 가까운 변별력을 갖췄다”라며 “출제 문제들을 보면, 외형상으로는 킬러문항이 빠진 걸로 보인다. 하지만 수험생들이 체감하는 난도는 높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장에서 학생들이 당황하고 부담을 느낀 측면이 있었을 듯하다”고 예상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도 킬러문항이 빠진 수능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전반적으로 어려웠다”라며 “국어와 수학 모두 지난 9월 모의평가보다 다소 어렵게 출제된 걸로 보인다”고 이야기했다.
각 영역별로 보면 국어는 모든 수험생에게, 수학은 중상위권에 까다롭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영어는 평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어의 경우, 지문 자체는 쉬웠지만 정답을 찾는 과정이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렸을 거란 분석이다. 임 대표는 “학생들이 문제에 접근하고 풀어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 같다. 최상위권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우 소장 역시 국어 영역의 EBS 연계율이 높고 지문도 평이했으나, 선지가 어렵고 함정이 있어 정답을 고르기 어려웠을 거라고 분석했다.
수학은 중상위권 학생들에게 난도가 높게 느껴졌을 거란 평가가 나왔다. 우 소장은 “초고난도 문항이 배제되면서 오히려 중상 난이도의 문항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중상위권 학생들은 어렵게 나왔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임 대표 역시 수학 영역에서 주관식이 난도 높게 출제된 편이라 까다로웠을 거라고 말했다. 특히 22번 문제가 등급을 가를 핵심 문제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영어는 까다로운 문제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변별력을 갖춘 것으로 분석됐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1등급이 7% 정도 나오면 ‘잘 낸’ 시험”이라며 “영어 영역은 EBS 연계도 잘 됐고, 너무 어렵거나 꼬아서 낸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9월 모의평가보다는 쉽고 지난해 수능보다는 어려운 수준”이라며 “특히 네다섯 문제가 어려웠을 거 같다. 그 중에서도 36, 37번을 어려운 문제로 꼽을 수 있다”고 전했다.
대학 입시 전략에서 전문가들이 강조한 키워드는 ‘수시’와 ‘전형’이다. 올해 학령인구가 적기 때문에 수시 전형에서 기회를 잡는 게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남 소장은 “수시 모집에서 기회가 꽤 많을 수 있어 최선을 다하는 게 우선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형을 잘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정시의 경우, 대학이나 군별로 점수 반영 비율이 다른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임 대표는 “정시는 학과별로 모집 인원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받은 점수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입시 정보를 수집하고 이해하는 데 시간을 들일 때”라고 설명했다. 우 소장 역시 “대학마다 수능 각 영역의 반영 비율이나 전형이 다르기 때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짚었다.
남 소장은 “재수생이 많다고 하지만, 응시 숫자 자체는 적다”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지원 전략을 세우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15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수능은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풀 수 있도록 출제해야 하며,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한 게 알려진 바 있다. 당시 수능을 약 5개월 앞둔 시점에서 출제 방향 지시가 이뤄져, 현장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변별력이 낮은 ‘물수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