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인조로 데뷔한 그룹 빅스는 올해 초 절반의 인원으로 무대에 올랐다. 두 멤버가 불미스러운 일로 팀을 떠나고 리더마저 연기 활동에 집중하겠다며 공연에 불참했다. 1995년생인 막내는 언제 입대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시기에 빅스가 꺼낸 단어는 뜻밖이었다. ‘연속체’(CONTINUUM). 이들은 21일 오후 6시 내놓는 미니 5집에 ‘컨티뉴엄’이란 제목을 붙였다. 왜 그랬을까.
지난 16일 서울 서초동 한 회의실에서 만난 빅스는 “우리의 가치관을 녹인 제목”이라고 설명했다. 앞날을 예측할 수 없기에 “더욱 필요했던 음반”이라는 게 멤버들 의견이다. 맏형 레오는 말했다. “빅스는 언제나 우리의 그늘이 되어주는 이름이에요. 그 안에서 계속 발전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팀을 지키겠다는 각오와 우리가 (빅스로) 활동해온 날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하겠다는 다짐을 음반 제목에 담았어요.”
빅스는 가수 성시경 등이 소속돼 ‘발라드 명가’로 이름을 떨치던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의 첫 아이돌 그룹이었다. 뱀파이어(‘다칠 준비가 돼 있어’), 악마(‘하이드’), 좀비(‘에러’) 등 강렬한 콘셉트에 도전해 인기를 끌었다. 영원할 것 같던 영광은 그러나 영원하지 않았다. 전속계약 종료와 멤버들 군 복무가 맞물리며 2019년부터 긴 공백을 가졌다. 그 사이 멤버들은 신인으로 돌아갔다. 켄과 레오는 뮤지컬 공연에 집중했고, 혁은 솔로음반과 뮤지컬, 연기를 병행했다. “각자 이뤄낸 뭔가가 훗날 팀으로 뭉쳤을 때 힘을 줄 수 있길 바라는 마음”(혁)으로 분투한 시간이었다.
시간을 달려 모인 세 멤버는 “모든 게 오랜만이라 더 설렌다”고 했다. 켄은 “열정이 불타오른다”며 웃었다. 레오는 “데뷔 초엔 잘 몰랐던 감사함을 지난 4년2개월간 크게 느꼈다”고 돌아봤다. 신보 타이틀곡 ‘암네시아’(Amnesia)는 현재진행형 아이돌임을 말한다. 레오는 “힘을 뺀 노련미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음반에는 이밖에도 혁이 작사에 참여한 ‘라일락’, 팬들에게 전하는 이야기인 ‘이프 유 컴 투나잇’(If You Come Tonight) 등이 실린다. 혁은 “특정 장르에 갇히지 않고 멤버 개개인의 색깔과 취향을 드러낼 수 있도록 음반을 구성했다”고 귀띔했다.
음악 방송 출연을 앞둔 세 ‘중견돌’은 요즘 ‘댄스 챌린지’ 고민이 크다. 켄은 “짧은 시간에 다른 가수들 안무를 배워 춰야 한다는 게 무섭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멤버 셋이 빅스라는 이름을 짊어져야 한다는 책임감은 여전히 무겁다. 멤버들은 “연습으로 중압감을 극복”(레오)할 작정이다. 혁은 “우리가 함께하는 것, 그리고 우리를 기다려준 별빛(빅스 팬덤)이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걱정만으로는 뭔가를 해낼 순 없다. 이겨내고 극복하자는 마음으로 새 음반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활동에 불참한 리더 엔도 멤버들과 연락을 나누며 응원을 보냈다고 한다.
“현실에서 영원한 게 없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현실에 없는 이상향과 희망을 주고받는 게 우리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호흡을 만들어 주는 게 음악과 예술이 가진 힘이기도 하고요. 이번 음반으로 하려는 얘기도 비슷해요.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하더라도 우리에겐 몇십, 몇백, 몇만 년 후에라도 문득 떠올릴 수 있는 영원한 무언가가 있으리라는 것, 그리고 그 무언가가 빅스이자 여러분이었으면 좋겠다는 것. 지금 저희가 그런 마음이에요.” (혁)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