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도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고 있다. 총선 출마예정자에 대한 정치적 기본권 침해는 물론 정치 신인들의 진입 장벽을 높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정 선거구는 선거일로부터 12개월 전에 획정되어야 한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지난 4월 10일까지는 선거구가 정해졌어야 했다.
선거구획정이 늦어지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난 20일 입장문을 발표해 선거구 획정 기준을 조속히 확정해달라고 국회에 촉구했다.
하지만 국회는 현재 선거구 획정의 첫 단계인 지역구 의원 수 등 획정 기준도 정하지 않은 상태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지난 21일 4개월 만에 가동됐지만 여야가 선거구 획정의 기준으로 삼는 지역구, 비례대표 의석수를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거제 개편에 대한 여야 공방이 길어지자 정개특위는 심지어 활동 기한을 아예 21대 국회가 끝나는 내년 5월 29일로 연장하기도 했다.
오는 12월 12일이 내년 총선 예비 후보자 등록일인 점을 고려하면 여야는 이달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선거구 획정을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역시 선거일이 임박해서 선거구를 획정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총선 선거구 획정 시기는 18대 총선의 경우 선거일 47일 전, 19대 44일 전, 20대 42일 전, 21대 39일 전 등이었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질수록 총선 출마예정자들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구 범위가 변동될 수 있어 선거 운동이 어렵고 구체적인 공약 마련도 곤란하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 화성시을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인 진석범 출마예정자는 22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정치 신인들에게는 선거구 획정이 되지 않아 어려운 점이 많다”며 “출마 준비 중인 동탄은 인구수가 40만이 넘었다. 분구될 것이 확실한데 범위가 굉장히 넓어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헷갈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전과 비슷하게 선거 한 달 전 선거구가 결정될 경우 혹시라도 공약을 준비했던 지역과 다른 결과가 나오게 된다면 총선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며 “예비 후보 등록이 다음 달인데 (선거구가 빨리 정해져) 공약 등을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출마 예정자는 “선거구 획정이 늦어질수록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하다”며 “신입 출마자에게는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현역 의원들은 내년 1월 초까지 의정활동 보고나 정당 현수막을 거는 등 사실상 선거운동을 펼칠 수 있지만 신입 출마자들의 경우에는 선거구가 어디인지도 모른 채 깜깜이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구 획정 지연과 관련해 전문가는 정치 신인들의 진입 장벽을 무한대로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22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지역구를 알고 선거운동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은 천지 차이”라며 “선거구 획정 지연은 기득권 카르텔이 작동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선거구 획정 지연은 지역구를 막연하게 해두어 다른 후보가 활동하기 어렵게 하기 위한 기득권의 전략”이라며 “정치 신인의 진입 장벽을 무한대로 높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