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사태를 다룬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이 개봉 일주일 만에 누적 관객수 23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가족 단위로 극장가를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사실에 허구를 더해 만들어진 영화이지만, 정치적,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역사적 사건을 되짚는 작품을 통해 현대사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는 평가다.
초등 두 자녀를 둔 김모씨는 최근 ‘서울의 봄’을 보고 왔다. 김씨는 이번 주말 한 번 더 아이들과 영화를 관람할 예정이다. 29일 쿠키뉴스를 통해 그는 “아이들이 역사를 좋아해서 함께 봤는데 너무 재미있었다”며 “욕설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그런 문제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몰입해서 봤다”고 말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박모씨는 “아이와 심야 영화를 봤는데,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청소년들이 영화관에 꽤 많더라”라며 “생각보다 자극적이지 않고, 관람 후 아이와 현대사 이야기를 나눴는데 너무 좋았다”고 했다. 고등학생 자녀와 ‘서울의 봄’을 관람했다는 이모씨도 “현실을 다룬 영화라 너무 화가 나는데, 보지 않으면 안 되는 영화”라며 “역사를 잘 모르고 관심이 없는 아이들이 많지 않나. 역사적인 내용이지만, 영화로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서울의 봄은 전두환·노태우 등이 주동하고 사조직 하나회가 중심이 돼 신군부 세력이 일으킨 1979년 12·12 군사반란을 모티브로 삼았다.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이후 정권을 탈취하려는 신군부 세력 전두광(황정민 분)과 보안사령관과 그에 맞서 서울을 지키려는 이태신(정우성 분) 수도경비사령관 간의 일촉즉발 9시간을 그린 이야기로 지난 22일 개봉했다.
상상력을 더한 영화인 만큼, 이 사건을 다룬 회고록이나 서적, 기사 등을 통해 보는 사실과 다르다. 그러나 반란군과 진압군의 팽팽한 대립이 흥미를 이끌면서 흥행몰이에 성공했고, 사실을 기초로 근현대사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고 있는 모습이다.
지역 육아카페에는 “초등 저학년 아이와 서울의봄 봐도 되나” “아이와 볼건데 선정적이거나 잔인한 장면이 없는지 알려달라” 등 문의글이 쏟아지고 있다. “욕설이 많이 나와서 중학교 이상부터 추천한다”는 일부 학부모의 의견도 있지만, 대체로 아이와 볼만한 영화라는 평가가 우세해 보인다. 초등 4학년 학부모라고 밝힌 한 학부모는 육아카페에 “역사를 안 좋아하는 아이가 영화를 보고 흥미가 많이 생긴 것 같다”며 “집에 돌아와 역대 대통령 정보를 찾아보더라”라고 했다.
X(옛 트위터) 등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 등에서도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시대순으로 정주행하며 공부하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근현대사 관련 영화를 시대순으로 나열해 공유하거나 서울의봄 영화를 계기로 12·12 사태를 공부해 정리한 콘텐츠, 실존인물에 대한 정보 콘텐츠가 잇따라 게시되고 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