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개질 옷에서 성탄 메시지 느껴
- 화사해진 초겨울 거리
- 자원봉사자 30명, 정성스런 뜨개질
플라타너스 잎이 거리를 뒹굴고 찬바람이 불어오면서 교회들 보다 앞서 백화점과 상점에서 화려한 성탄장식이 시작되었다.
한국교회 연합 기관들이 모여 있는 종로5가 일대 가로수 30그루가 빨간색과 녹색이 어우러진 예쁜 성탄 옷을 입고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을 반긴다. 나목들이 자신들의 몸매에 맞춰 짠 온기 가득한 손뜨개질 털옷으로 갈아 입었다. 뜨개옷은 나무가 병충해로부터 안전하고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며 이 땅의 ‘평화와 소망’을 서울 시민들과 나누고 그 기쁨을 누리기 위해 기획된 “크리스마스거리-서울트리니팅”이다.
예장문화법인허브 손은희 목사는 “상업적으로 변해버린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되찾고, 기독교적 크리스마스의 문화를 확산하고자 종로 5가 거리의 나무 30그루에 ‘트리니팅(Tree Knitting, 나무 뜨개옷 입히기)’을 진행했다”면서 “트리니팅 작업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맡겨주신 자연을 지키고 보호하는 생태환경적인 의미와 함께 털실 손뜨개로 시민들과 화평과 행복을 나누고 싶은 소망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번 크리스마스 트리니팅을 위해 3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9월부터 연동교회에서 모여 뜨개질 작품 제작을 함께했다. 나무 옷마다 손뜨개로 한 코 한 코 정성스럽게 엮어낸 자원봉사자들의 정성과 따뜻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선악과를 표현한 사과’와 ‘세상의 빛을 상징하는 초’, ‘생명의 떡과 빵’, ‘동방박사가 타고 오는듯한 낙타와 세 가지 예물’, ‘성탄절을 상징하는 색과 교회의 형상’, ‘어린 양’ 등 문양과 평화를 의미하는 레터링까지 성경적 소재를 아름답게 표현해 오가는 시민들에게 예수탄생의 의미를 전했다.
가로수가 털옷을 입고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시각적 효과 역시 대단하다. 삭막했던 거리에 화사한 털옷을 입은 나무들이 새로운 풍경을 연출하면서 지나가던 사람들도 잠시 발길을 멈추고 손뜨개 작품을 감상하며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
인근 직장에서 퇴근하던 김종숙(52·성북구) 씨는 “비록 나무가 입은 옷이지만 따스한 털실 스웨터의 온기가 그대로 전해진다”며 “퇴근길 찬바람이 강해진 버스 정류장에서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라는 성탄의 메시지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뜨개질 자원 봉사에 참여한 장연화 권사(68·서울 연동교회)는 “크리스마스 캐롤도 안 들리는 요즈음 뜨개질을 통해 성탄의 따스함을 전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면서 “찬바람 부는 겨울에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듯 거리에서 평화의 소식이 넘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