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선거구획정안을 두고 여당에 편향됐다며 재의결을 요구했다. 선거구획정이 더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는 선거구 재획정보다 선거제 합의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지난 5일 내년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획정안에 따르면 6개 선거구가 통합되고, 6개 선거구가 분구된다. 결과적으로 서울·전북에서 1석씩 줄이고 인천·경기에서 1석씩 늘리는 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선거구획정안에 대해 특정 정당에 지나치게 편향됐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선거구획정안대로라면 현 지역구 의석수를 기준으로 민주당 의석만 4석 줄어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5일 입장문을 통해 “획정안은 행정구역 내 인구수 대비 선거구(인구수/선거구)를 감안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인구수 대비 선거구 현황을 고려하면 대구 달서구가 조정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타당하지만 오히려 경기 부천 선거구가 4곳에서 3곳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국민의힘이, 부천시는 더불어민주당이 강세인 지역이다.
민주당은 여야 정개특위 간사와 당 지도부 등 협의를 통해 선거구획정안을 재차 논의할 방침이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6일 최고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획정안이 특정 정당에 편향되어 있어 우리 당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인구수 대비 선거구 수와 지역 균형을 고려해야 하는데 전혀 안 되어 있어 재획정 요구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획정안에 정당 유불리가 개입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7일 여야 선거제 2+2협의체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올해 1월 31일 자 인구 기준으로 상·하한을 적용했을 때의 분구·통합 대상 지역을 정한 것”이라며 “획정안을 특정 정당 유불리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선거구획정안을 둘러싼 여야의 의견차로 내년 1월 이후에야 최종안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공직선거법 제24조에 따라 획정안 재의 요구 시 국회의원 3분의 2 동의가 있어야 해 여야 합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는 선거구획정 재의 자체는 최종안 확정 시기에 큰 영향을 못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히려 선거제 협상이 선행되지 않아 획정이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7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선거구를 정하다 보면 특정 정당에 일부 불리하게 획정될 수 있다”며 “다만 여야 모두 자기 당이 불리하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큰 논란으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적으로 재의 요구를 받은 선거구획정위는 10일 이내에 새로운 선거구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게 되어 있다”며 “국회도 1회에 한해 재의 요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기간상으로도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박 평론가는 “오히려 선거제 개편 결론이 안 났기 때문에 선거구획정이 늦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민주당이 선거제 ‘병립형 회귀’로 내홍을 겪는 것에 대한 물타기 전략으로 ‘선거구획정 편향’을 주장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법정 선거구는 선거일로부터 12개월 전에 획정되어야 한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지난 4월 10일까지는 선거구가 정해졌어야 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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